[슬기로울 여성 건강] ③ 자궁내막암

여성은 초경·임신·출산·폐경을 겪으며 평생 여성호르몬과 함께 살아간다. 10대 초·중반에는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초경을 경험하고, 이때부터 40여 년 동안 월경을 한다. 20~30대에는 임신·출산 등으로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는다. 40대 후반부터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 폐경(완경)을 맞으면서 이상지질혈증·골다공증 등의 건강 문제가 나타난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월경통, 부정 출혈, 월경 과다, 자궁내막증 같은 여성 질환을 앓을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겪다보니 당연하게 지나가야 할 일이라고 느껴지지만, 치료가 필요한 증상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소개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기억해 둬야 할 여성 질환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자궁내막암(자궁체부암)은 더 이상 여성들에게 낯선 질환이 아니다. 예전엔 주로 폐경 이후 인 50세 이상 여성에서 많이 발생했다면 요즘엔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출산은 미루는 등 여성 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젊은 층에서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해 20대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가 등장했다. 젊더라도 ▶월경량이 전보다 늘어나거나 ▶월경 기간이 길어지거나 ▶월경 때가 아닌데 하혈하는 등 비정상적인 질 출혈 증상이 있다면 자궁내막암을 의심해야 한다.  

자궁내막암은 발생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여성암이다. 자궁 몸통 중 내벽을 구성하는 자궁내막에 암세포가 생기면서 월경(생리)를 하는 것처럼 질 출혈, 하복부 통증, 월경 과다, 질 분비량 증가 등의 양상을 보인다. 암이 제궁내막에 생겨 자궁 대부분을 구성하는 근층으로 자라나기 때문에 자궁체부암이라고도 부른다. 실제 자궁체부암의 95%는 자궁내막암이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자궁내막암은 2002년 여성 10만 명 당 3.9명이 발생했으나 2022년에는 15.9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20년대에 들어서는 난소암·자궁경부암·자궁체부암 등 3대 부인암 중에서 매년 가장 많은 발생자수를 보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이정원 교수는 “젊더라도 비정상적 질 출혈이 있다면 자궁내막암을 의심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초기 자궁내막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자궁과 양쪽 난소, 난관 등을 제거한다. 다만 암이 진행된 경우나 재발했을 때는 면역항암제(젬퍼리 등) 병용 치료 등을 고려한다. 젬퍼리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는 진행성 또는 재발성 자궁내막암 치료에서 기존 화학항암요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새로운 치료법이다.

자궁내막암은 재발률이 높다. 자궁내막암으로 수술한 사람 4명 중 1명은 재발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다. 자궁내막암은 원격 전이가 발생하면 생존기간 중앙값이 1년 미만일 정도로 예후가 불량하다. 자궁내막암은 국소 단계에서 5년 상대 생존율이 80%지만, 다른 장기로 암이 퍼진 원격 전이 단계에서는 35%까지 크게 떨어진다. 진행성 또는 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는 재발 위험이 높은 편이다. 이 교수는 “초기 자궁내막암부터 면역항암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재발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는 기존의 화학요법 대비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치료 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환자의 삶의 질(QoL)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자궁내막암 치료에 사용 가능한 면역항암제는 PD-1 경로를 억제하는 젬퍼리(도스탈리맙),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PD-L1 경로를 억제하는 임핀지(더발루맙) 등이 있다. 이 교수는 “자궁내막암 치료에서 진행성·재발성 환자군은 기존 치료 후에도 예후가 좋지 않아, 새로운 접근이 중요하다”며 “치료 반응의 지속성이 확보되면, 반복적인 입원이나 추가 항암요법이 줄어드는 등 치료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면역항암제 중 하나인 젬퍼리의 RUBY 임상 연구에 따르면 젬퍼리 병용 치료군의 삶의 질은 대조군 대비 14.7점 높게 평가됐다. 또 면역항암제중 유일하게 진행·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 등 고위험군을 포함한 전체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1차 치료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전체 생존율(OS) 개선을 입증했다. 젬퍼리 병용 치료군은 대조군 대비 사망 위험을 31% 낮췄다. 또 추적 관찰 기간 중앙값 37개월 동안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44.6개월로 대조군(28.2개월)보다 16.4개월 더 길었다.

재발성 자궁내막암 1차 치료에서 젬퍼리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는 전세계 의료진이 암 환자를 치료하는데 참고하는 표준 지침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Category1)로 지정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KSGO) 가이드라인에서도 젬퍼리를 치료 옵션으로 권고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자궁내막암의 면역항암제 급여 범위가 제한적이다. 자궁내막암 면역항암제인 젬퍼리는 국내에서 재발성 또는 진행성 dMMR/MSI-H 자궁내막암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 한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1차 치료는 급여 확대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는 스스로 여러 정보를 수집해 치료 방향을 논의하는 등 항암 치료에 매우 적극적인데 경제적 부담으로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를 망설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진행 ·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현재 표준 치료로 쓰이는 백금기반 화학요법은 예후가 여전히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젊은 여성에서 자궁내막암 발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1차 치료 급여 확대로 치료 접근성을 높이면서 장기 생존 가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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