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질환 건강 상식 6
여성은 생애주기에 따라 월경·임신·출산·폐경을 겪으면서 다양한 건강 문제를 경험한다. 10대 초·중반 무렵부터 여성호르몬이 본격적으로 분비되면서 자궁이 발달하고 자궁 내막이 증식돼 초경을 경험한다. 40대 중·후반엔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감해 난소 기능이 떨어지면서 폐경을 겪는다. 여성호르몬에 의해 성장하고, 아프고, 늙는 셈이다. 최근엔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출산은 미루면서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늘어 자궁내막암에 걸릴 위험이 커졌다. 성 접촉 연령도 낮아지면서 안전한 피임 실천과 HPV 예방도 중요해지고 있다. 아이에서 여성으로 변할 때 기억해야 할 건강 상식을 살펴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nag.co.kr
Check1. HPV 백신을 접종하면 평생 자궁경부암 검사는 안 받아도 된다
(X) 대표적인 오해다. HPV 백신을 접종했더라도 20세 이상 여성은 자궁경부세포검사, HPV 유전자 검사 등 자궁경부암 검진을 2년마다 받아야 한다. 물론 성 경험 전에 HVP 백신 접종을 완료했을 때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 등 전암 병변의 예방 효과는 90% 이상이다. 그런데 HPV 백신은 모든 유형의 HPV를 완벽하게 막지 못한다. 자궁경부암 등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HPV를 중심으로 예방 효과를 보인다. HPV 백신으로 막지 못하는 다른 유형의 HPV에 감염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HPV에 반복 ·지속적으로 감염되면 각종 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HPV 백신 접종 이전에 이미 HPV에 감염됐다면 이를 막지 못한다. 따라서 자궁경부암, 질암 등 HPV가 유발하는 암을 예방하려면 HPV 백신을 접종하고 정기적으로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Check2. 폐경인데 하혈하면 암일 수 있다
(O) 강력하게 자궁내막암을 의심해야 한다. 월경(생리) 주기에 따라 자궁 내벽이 얇아지고 두꺼워지는 자궁 내막에 생긴 암이다. 반복·지속적인 HPV 감염으로 자궁 입구인 자궁경부에 생기는 자궁경부암과는 서로 다르다. 자궁내막암은 주로 폐경 이후 50세 이상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자궁내막암으로 진단받는 환자의 80~90%는 폐경 후 하혈 증상을 겪는다. 폐경인데 월경(생리)처럼 하혈하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 아니다. 다시 몸이 젊어진 것도 아니다. 폐경인데 하혈했다면 반드시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폐경 전이라도 하혈량이 많거나 월경을 일주일 이상 할 때도 경계해야 한다. 최근 초경이 빨라지고 임신·출산 경험이 줄면서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어져 자궁내막암 발병 연령이 어려지고 있다. 하혈량 과다 등 비정상적인 질 출혈 증상이 있다면 질 초음파로 자궁내막 상태를 살펴본다.
Check 3. 여성 흡연자가 복합 경구피임약을 먹으면 혈전이 잘 생긴다
(O) 그래서 35세 이상 여성 흡연자가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복합 경구피임약으로 피임을 실천하면 뇌졸중·심근경색을 유발하는 혈전 생성 위험이 커진다. 복합 경구 피임약은 혈관 내벽의 안전성을 떨어뜨려 혈전이 잘 만들어지게 하는데 담배의 니코틴이 혈소판 응집력을 키워 혈전 생성 위험을 높인다. 세계보건기구(WHO)·미국 질병관리본부(CDC)는 35세 이상으로 하루 15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여성에게 먹는 피임약 복용을 절대적 금기로 분류했다. 혈전 생성 위험성은 흡연량이 많고 나이가 들수록 비례해 증가하는데, 특히 35세 이상 흡연 여성에게서 현저하게 커진다. 35세 이상 여성 흡연자로 1년 이상 장기 피임이 필요하다면 에스트로겐이 포함되지 않은 체내 삽입형 피임약(미레나·임플라논 등)을 고려한다.
Check4. 자궁근종을 제거하고 나서 곧바로 임신이 가능하다
(X) 아니다. 로봇·복강경·개복 등 수술적 방식으로 자궁에 생긴 양성 종양(혹)인 자궁근종을 떼어 낸 직후에 임신을 시도하면 자궁 파열 위험이 있다. 자궁근종을 제거하고 벌어진 부위를 봉합하는 상처가 아물기 전에 임신하면 태아가 자라면서 그에 맞춰 자궁이 부풀어 오르다가 덜 아문 부위가 터질 수 있다. 따라서 자궁근종 수술 후 상처가 나을 때까지 최소 3~6개월 정도는 피임을 하면서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출산할 때도 힘 주는 분만 과정에서 자궁이 파열할 수 있어 제왕절개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Check5. 응급 피임약(사후피임약) 먹고 하혈했어도 임신일 수 있다
(O) 응급 피임약은 피임을 100% 보장하지 않는다. 응급 피임약은 정자의 이동 속도를 늦추고 자궁 내막의 성숙도를 떨어뜰여 임신 마지막 단계인 수정란 착상을 방해해 약 복용하기 바로 직전에 있었던 임신 가능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월경이 예정일보다 일주일 이상 늦어진다면 임신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또 응급 피임약 복용 후 하혈했어도 완전히 안심하긴 이르다. 응급 피임약으로 월경 주기가 평소보다 늦거나 빨라질 수있다. 하혈했어도 배란 2주 후 나타나는 월경이 아닌 부정출혈일 수 있다. 월경 예정일 이후나 응급 피임약 복용 2~3주 후에는 소변 검사 등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
Check 6. 유방암에 걸리면 무조건 난소암 발병 위험이 높다
(X)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조건이 있다. 바로 유방암·난소암 유전자로 알려진 BRCA 돌연변이가 있을 때다. BRCA 변이가 확인된 경우엔 유전적 연관성으로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모두 증가한다. 전체 유방암의 5~10%, 난소암의 10~15%는 BRCA 변이와 관련이 있다. BRCA 변이 유전자는 상염색체 우성 방식으로 유전된다. 부모 중 한 명이라도 BRCA 변이가 있으면 성별과 상관없이 자녀에게 50% 확률로 유전된다. BRCA 변이가 있는 남성은 전립샘암, 남성 유방암 위험이 커진다. 유방암·난소암에서 BRCA 변이가 발견됐다면 가족이 모두 BRCA 유전자 검사를 고려한다. BRCA 변이가 있더라도 암 진행을 억제하는 파프(PARP) 저해제(린파자 ·제줄라 등)로 치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