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기 과도한 치료 피하고, 존엄한 마지막 준비 도와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완화의료를 일찍 시작하면 환자와 가족 모두 예상되는 증상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는 “완화의료를 일찍 시작하면 환자와 가족 모두 예상되는 증상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마가 숨쉬기가 힘들대요. 빨리 응급실 가야 할 것 같은데…” 그 순간 가족의 마음이 무너진다. 긴 항암 치료의 마지막을 보내던 환자는 숨이 찼고, 가족은 응급실이란 익숙한 선택지를 꺼낸다. 이런 선택이 환자와 가족을 위한 최선일까.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팀은 최근 5년간(2018~2022) 외래 완화의료(palliative care)를 받은 환자 3560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920명(약 26%)은 치료 중 한 번 이상 응급실을 방문했다. 이 중 45%는 상태가 취약한 임종기(사망 전 1개월)에도 응급실을 찾았다 

진행암 환자는 호흡곤란, 통증, 식욕부진 등 암 관련 증상으로 응급실에 왔다. 그러나 응급실에서 받은 치료는 대부분 삶의 질보다 생명 연장을 우선한 중재적 조치였다.

말기 응급실 방문 환자의 45%는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상태(응급도 1~2단계)로 분류됐다. 일부는 심폐소생술(CPR), 기계호흡기, 혈압상승제 등 고강도 치료를 받았다.

10명 중 1명은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그러나 완화의료를 일찍 시작한 환자일수록 임종 직전 응급실을 덜 찾았다. 연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다.

완화의료 시작 시점과 임종까지의 시간이 1개월 미만이면 21.5%, 3~6개월이면 10.6%, 12개월 이상이면 6.9%였다. 완화의료 외래 의뢰가 1개월씩 빨라질수록 임종기 응급실 방문 가능성이 16% 감소했다. 

완화의료 외래에서의 진료와 상담이 일찍 이뤄질수록 ▶안정적인 증상관리 ▶사전 돌봄목표 수립 ▶응급 상황 대비 교육 등의 효과가 있다. 불필요한 응급실 이용이 감소한다.

완화의료는 중증 질환을 겪는 환자의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적 고통을 줄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외래에서 조기에 시작한 완화의료는 응급실 방문 횟수를 줄이고, 임종기에 과도한 치료를 피할 수 있게 돕는다.

유신혜 교수는 “응급실은 위기 상황을 빠르게 해결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말기 환자에게 꼭 필요한 돌봄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공간"이라며 "증상이 심할수록 응급조치 중심의 치료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완화의료를 일찍 시작하면 환자와 가족 모두 예상되는 증상에 대비할 수 있다. 응급실로 향하지 않고도 집이나 외래에서 존엄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 완화의료를 받은 환자의 약 90%는 상담 전까지 사전 돌봄계획(연명의료 계획서) 문서를 작성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외래 완화의료 상담 후에는 절반 이상이 돌봄계획서를 직접 작성했다.

반면 돌봄계획 없이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일부는 응급실에서야 급하게 서류를 작성하거나 의료진이 가족에게 생명 연장 치료 여부를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은 무거운 선택을 떠안는다.

유신혜 교수는 "더 많은 진행암 환자들이 말기 이전부터 증상 조절과 돌봄 계획 수립 등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완화의료 외래 인프라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2025년 7월 국제 의학 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외래 완화의료에 의뢰된 말기 암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유신혜 교수가 환자 가족에게 전하는 3가지 제안.

 1. 완화의료는 가능한 한 이르게 시작하세요. 암이 전이되거나 치료 반응이 떨어졌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요청하세요.

2. '삶의 마지막에 대한 생각’을 가족끼리 미리 나누세요. 연명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면 문서로 남기는 절차도 배워두세요.

3. 응급상황을 모두 병원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호흡곤란, 통증, 불안 등은 외래 완화의료팀의 전화 상담이나 재택 의료로 관리할수 있습니다.

완화의료 외래 상담은 이렇게 

 어디서? 대학병원,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원 등에서 운영

 누가? 진료 중단 후 환자만이 아니라 항암 치료 병행 중인 환자도 받을 수 있음

 무엇을? 증상 조절, 돌봄 계획(ACP), 심리·사회적 상담, 임종 준비 등 

저작권자 © 헬스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