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울 여성 건강] ① 월경통 

여성은 초경·임신·출산·폐경을 겪으며 평생 여성호르몬과 함께 살아간다. 10대 초·중반에는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초경을 경험하고, 이때부터 40여 년 동안 월경을 한다. 20~30대에는 임신·출산 등으로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는다. 40대 후반부터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 폐경(완경)을 맞으면서 이상지질혈증·골다공증 등의 건강 문제가 나타난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월경통, 부정 출혈, 월경 과다, 자궁내막증 같은 여성 질환을 앓을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겪다보니 당연하게 지나가야 할 일이라고 느껴지지만, 치료가 필요한 증상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소개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기억해 둬야 할 여성 질환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여성의 50~90%가 호소하는 월경통(생리통)은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가장 흔한 부인과 질환이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도 월경통으로 배가 묵직하고 짓누르는 것 같으면서 아랫배가 쑤셔 이른 아침에 응급실에 온 여성 환자의 에피소드를 다뤘다. 

여성이라면 매달 겪는 월경으로 응급실을 찾는 것이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마다 체감하는 통증의 강도, 하혈의 양이 다르다. 월경을 한다고 당연하게 ▶배가 쥐어짜듯 아프고 ▶하혈량이 많고 ▶몸이 피곤하고 ▶두통·설사를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월경통은 자궁과 관련된 기저 질환으로 만성적 복부·골반 통증을 유발한다. 매달 한 번씩 겪는 월경이라고 버티듯 참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뜻이다. 누구나 다 하는 월경이고 양상이 비슷하다고 가볍게 넘기면 안되는 이유다.

헤스티아 여성의원 홍혜리 원장은 “월경통과 월경 과다는 여성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이 질환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치료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22년 한국 여성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질병관리청·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월경 이상 증상을 경험한 청소년의 9.9%, 성인 여성의 28.5%만 산부인과 등 병의원을 찾았다고 답했다. 병의원에 가지 않은 이유로는 진통제로 버틸 수 있다거나 산부인과 치료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꼽았다. 

학업·직장 등 일상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거나 월경량이 많다면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월경통은 월경 시작 2일 후부터 통증 강도가 약해진다. 반면 월경이 시작되면서 통증이 심해지고 경련을 동반한다면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 골반 장기에 문제가 원인인 2차성 월경통이다.

일상이 불편할 정도로 월경통이 심하다면 경구피임약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경구 피임약은 피임 목적으로 허가됐다. 병의원에서 처방 받는 4세대 경구 피임약은 피임 외에도 생리통으로 인한 월경 곤란증, 월경 전 불쾌 장애, 중등도 여드름에도 적응증이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대처하는 것이 좋다. 

월경의 통증 양상, 양 변화 살펴야

초경을 시작한 가임기 여성이라면 자신의 월경량을 살펴야 한다. 드라마에서 극심한 월경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여성에게 전공의가 확인하는 것 역시 월경량이다. 주로 월경량이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월경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지는 상태를 월경 과다 증상으로 본다. 이로 인해 일상이 불편해지면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야기 속 월경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월경 시작 첫 날부터 오버나이트를 사용해도 옷에 묻어날 정도로 월경량이 유난히 많고, 앉아 있기도 힘든 통증으로 일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월경 과다 증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빈혈로 이어질 수 있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홍 원장은 “월경과 관련한 통증이 너무 심하고,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불편함을 느낀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단순히 증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궁이나 난소 등 장기에 질환이 있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물론 자신의 월경량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여성의 정상적인 월경주기는 21~35일, 기간은 2~6일(평균 4.7일), 월경의 양은 20~60mL(평균 35mL)다. 만약 ▶월경 주기당 월경량이 80mL 이상일 때 ▶월경 기간이 7일 이상일 때 ▶월경량이 많은 날이라도 수 시간에 걸쳐 한시간에 한번씩 패드·탐폰 등을 교체할 때 ▶100원짜리 동전 혹은 응고된 혈전이 나올 때 ▶자다가 밤에 패드를 교체해야 할 때는 월경 과다 증상을 의심한다. 정확한 진단은 문진, 골반 진찰, 혈액검사, 골반초음파 검사, 조직검사 등을 토대로 이뤄진다.

월경 과다 증상의 치료는 기질적인 원인이 없다면 1차적으로 약물치료를 시도한다. 약물치료는 크게 호르몬 요법, 비호르몬적 요법이 있다. 비호르몬적 요법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항섬유소용해제(Antifibrinolytics) 등이 사용된다. 호르몬적 요법은 레보노르게스트렐이라고 하는 호르몬 방출 장치를 자궁 내에 삽입하는 자궁 내 시스템(LNG-IUS) 삽입요법, 복합경구피임제로 치료하는 것을 추천한다.

복합경구피임제 중 에스트라디올발레레이트와 디에노게스트 조합은 월경 과다증 치료 적응증으로 승인을 받았다. 홍 원장은 “최근에는 기존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도 다양하게 개발돼 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다면 미루거나 망설이지 말고 가까운 산부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 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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