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울 여성 건강] ② 자궁근종과 자궁내막증
여성은 초경·임신·출산·폐경을 겪으며 평생 여성호르몬과 함께 살아간다. 10대 초·중반에는 에스트로겐 등 여성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초경을 경험하고, 이때부터 40여 년 동안 월경을 한다. 20~30대에는 임신·출산 등으로 급격한 신체 변화를 겪는다. 40대 후반부터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 폐경(완경)을 맞으면서 이상지질혈증·골다공증 등의 건강 문제가 나타난다.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월경통, 부정 출혈, 월경 과다, 자궁내막증 같은 여성 질환을 앓을 수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겪다보니 당연하게 지나가야 할 일이라고 느껴지지만, 치료가 필요한 증상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 소개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기억해 둬야 할 여성 질환에 대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여성이면 당연히 월경을 하고 아픈 것이라는 생각에 진단이 늦어진다.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에서도 여성 질환에 대해 공부하는 산부인과 소속 여성 전공의가 평소 월경통이 심하고 빈혈 증상이 있는데도 진통제로 버티다가 쓰러졌다. 복부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근종을 확인하고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자궁에 생기는 양성 종양인 자궁근종은 감기만큼이나 흔한 여성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 2~4명은 자궁근종이 있다는 보고도 있다.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개수가 많아지면서 임상적 양상이 돌변한다. 하혈이 잦아지고 허리·골반 통증으로 일상이 괴로워진다. 자궁 안쪽에 생긴 혹이 가임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자궁근종이 있다고 난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궁내막 아래 점막에 자궁근종이 생기면 수정란이 착상해야 할 자궁내막의 구조가 울퉁불퉁하게 변해 착상이 어려워지면서 난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점막하근종은 임신율을 70%나 감소시킨다는 메타분석 결과도 있다.

난임을 유발하는 여성 질환은 또 있다. 자궁내막증이다. 월경을 시작한 여성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여성 질환이다. 가임기 여성의 10~15%가 자궁내막증이라는 보고도 있다. 자궁내막증은 월경혈이 질을 통해 배출되지 않고 난관을 통해 역류해 복강으로 들어가면서 자궁 내막 조직이 난소나 자궁인대, 방광, 장, 골반 벽 등에 붙어 증식하면서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염증을 일으킨다. 특히 난소에 자궁내막증이 생기면 배란 과정에서 장애가 초래된다. 난관이 막히면 자연 임신이 어려워진다. 난임 여성의 25~40%는 자궁내막증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자궁내막증 환자의 가임률은 2~10%로, 정상 부부의 가임률인 10~20%와 비교해 크게 낮다.
자궁내막증은 만성 월경통 여성의 40~60%, 만성 골반통 여성의 40~50%에서 확인된다. 진행성 질환인 자궁내막증은 무증상부터 월경통, 골반통, 배란통 등 나타나는 증상이 다양하다. 특히 월경기를 중심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을 보여 이상 징후를 자각하기 어렵다. 자궁내막증이어도 월경통으로 생각해 의학적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는 의미다. 로즈앤의원 박영 원장은 “자궁근종·자궁내막증 모두 가임기 여성에서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지만 단순히 월경통으로 생각해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받기까지 5~10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별다른 이유 없이 월경통·골반통이 심하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야 한다. 월경혈 역류로 생기는 자궁내막증은 이론적으로 월경을 하는 모든 연령대에 발병할 수 있다. 월경으로 인한 허리·골반 통증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자궁내막증은 초음파·CT·MRI 등 비침습적 영상 검사를 통한 임상적 증상을 중심으로 진단한다. 올해 1월부터는 결혼 여부에 상과없이 20~49세 성인에게 생애주기에 따라 최대 3회 초음파 및 난소 기능 검사가 포함된 ‘필수 가임력 검사’를 지원한다. 박 원장은 “자궁내막증 통증은 난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여성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도 중요하다. 최근엔 자궁내막증을 치료할 때 가임력 보존을 위해 약물치료를 우선 권고한다. 기존엔 수술을 통해 병변을 제거하고 보조적으로 약물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자궁내막증은 재발률이 높다. 반복해 수술 받으면 난소 기능에 영향을 줘 가임력이 떨어질 수 있다. 향후 임신 계획을 고려해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하는 것으로 자궁내막증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글로벌 자궁내막증 치료 표준 역시 자궁내막증 생애 등을 고려한 약물치료다.
임상 현장에서는 자궁내막 성장·증식에 관여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을 줄이는 기전을 가진 디에노게스트 성분의 약으로 자궁내막증 진행을 억제해 치료한다. 황체호르몬 제제 중 하나인 디에노게스트 성분의 약은 자궁내막증과 관련된 통증을 줄여주면서 병변 크기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다. 장기간 사용 시에도 안전성이 확인돼 임상 현장에서 널리 쓰인다. 박 원장은 “간혹 치료를 위해 복용하는 호르몬제가 난임을 유발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호르몬제를 복용한다고 난소 기능이 저하하거나 난임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자궁내막증 자체가 난임의 주요 원인인 만큼 꾸준한 약물치료로 질환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가임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na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