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픽] 〈173〉 노인 만성 심부전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70대 어머니가 최근 만성 심부전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다리가 퉁퉁 붓는다고 하셔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심장 기능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예전만큼 활발하게 활동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해하시는 날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싶었는데 만성 심부전으로 심장 기능이 떨어지면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담당 의료진은 심장 기능이 더 약해지면 예후가 나쁘다고 하는데 옆에서 무엇을 어떻게 챙겨드리면 좋을지 알고 싶습니다. 또 당뇨약을 먹으라고 하던데, 혈당이 높지 않은데 당뇨약을 꼭 먹어야 하는지도 궁금합니다. 

충남대학교병원 심장내과 박재형 교수의 조언

심부전은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점진적으로 약해지는 진행성 질환입니다. 심장에 구조적·기능적 이상으로 심장이 전신으로 혈액을 제대로 내보내는데 어려움이 생긴 상태입니다.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심부전은 별다른 건강 문제가 없더라도 발병할 수 있습니다. 심부전은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이 급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는 잘 관리해도 엔진이 망가지는 등 크고 작은 고장으로 운전이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합니다.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에 따라서도 심장 건강 상태가 달라집니다. 간을 짜게 해서 먹고, 담배를 피우고, 운동에 소홀해 살이 찌면 심장에 부담을 줍니다. 물론 고혈압이나 관상동맥 질환, 심방세동 등 다양한 심장 관련 질환이 진행하면서 발병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거나 호흡곤란, 하지 부종, 전신 피로, 식욕 부진 같은 사소한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았다가 심부전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부전을 나이가 들어 나타난 신체 변화 정도로 생각하면 위험합니다. 지금은 안정적이더라도 중증으로 진행하면 예후가 불량해집니다. 실제 중증 심부전의 경우 5년 생존율은 66%로 위암(78%), 대장암(75%)보다 낮을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심장이 점차 약해지면 일상 생활도 불편해집니다. 계단 1개 층만 올라도 전력 질주한 것처럼 숨을 몰아 쉬고, 산책·쇼핑 같은 저강도 활동도 힘에 부쳐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덜 움직이면서 집에서만 지내게 됩니다. 심부전 환자 4명 중 3명은 일상 생활을 수행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중증 심부전 단계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숨을 몰아쉬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심장이 보내는 경고 시그널을 예민하게 살펴야 하는 배경입니다. 

일단 심부전으로 진단 받았다면 안정적인 증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엔 심부전 치료를 돕는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해 예전보다 치료 성적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심장 펌프의 혈액을 내보내는 기능이 감소된 수축기 심부전 환자뿐 아니라 심장 펌프로 혈액이 들어가는 기능이 떨어진 이완기 심부전 환자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SGLT2 억제제 기전의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 등이 대표적입니다.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은 본래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습니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의 심장 안전성을 살펴본 연구에서 주요 심장병 발생 위험을 감소시켰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심부전 치료에도 쓰이게 됐습니다. 또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주면서 심부전으로 인한 반복 입원 위험도 줄여줍니다. 당뇨병이 아닌데 당뇨병약을 먹으라는 소리를 듣는 이유입니다. 아무래도 SGLT2 억제제가 당뇨병약으로 개발됐고 유명세를 탔기 때문에 당뇨병약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심부전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입니다. 

현재 국내외 심부전 진료 지침에 SGLT2 억제제인 엠파글리플로진은 심박출률과 무관하게 심부전 환자에게 꼭 써야 할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습니다. 초기 심부전부터 사용하거나 다른 치료제와 병용해 사용할 것을 강조합니다. 엠파글리플로진은 올해 2월부터 한국에서도 모든 만성 심부전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됩니다. 다만 엠파글리플로진으로 심부전 치료를 시작하면 SGLT2 억제제 기전을 가진 치료제 특성상 소변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에 따라 몸 속 수분이 줄면서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화장실을 자주 오가는 게 귀찮더라도 물을 자주 마셔야 합니다. 또 소변량이 늘어나 사타구니 청결에도 신경써야 합니다. 

생활습관 관리도 필요합니다. 심장 부담을 줄여줘 심부전 증상 악화로 인한 재입원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식사입니다. 심부전 환자는 음식에 간을 할 때 소금을 가능한 넣지 않고 싱겁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숨이 차더라도 매일 30~60분씩 가볍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하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 이런 습관은 심부전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서도 중요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함께 실천하면 전체가 건강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심부전은 의심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정적 증상 관리로 질병 진행을 억제하면 갑작스럽게 상태가 나빠지면서 입퇴원을 반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 중인 한국에서도 심부전을 앓는 사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심부전은 발견이 늦을수록 심장 기능이 더 나빠지고 장기 예후도 불량합니다. 경미한 증상이더라도 노화로 생각해 넘기지 말고 심장 초음파 검사 등으로 심장 기능을 살펴보길 바랍니다. 어떤 병이든 빨리 진단해야 관리하면서 일상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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