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해도 신경학적 후유증 남을 수 있어
예방 백신 접종이 최선
폐렴사슬알균(폐렴구균)은 중이염, 부비동염, 폐렴, 균혈증, 뇌수막염 등을 유발하는 원인균이다. 면역체계가 완전하지 않은 영유아는 폐렴사슬알균 감염에 취약하다. 2023년을 기준으로 국내 폐렴사슬알균 감염으로 인한 폐렴 때문에 병원을 방문한 환자는 5세 미만 소아에서 약 48%나 이른다. 폐렴사슬알균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낮은 생후 12개월 이하 영유아는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폐렴사슬알균 감염으로 인한 치명적인 침습성 폐렴사슬알균 질환(IPD) 발생률이 가장 높다. 다행히 백신 접종을 통해 폐렴사슬알균 질환에 의한 입원율·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치료보다 선제적 예방이 중요한 폐렴사슬알균 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폐렴사슬알균은 감염 부위에 따라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폐렴사슬알균이 코에 감염되면 부비동염, 귀로 침투하면 중이염, 폐로 이동하면 폐렴으로 나타난다. 특히 위험한 것은 침습성 폐렴사슬알균 질환이다. 폐렴사슬알균이 뇌·척수 등 무균 부위까지 침투해 뇌수막염, 균혈증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성인은 폐렴사슬알균에 감염돼도 대부분 증상이 경미하다. 그런데 5세 미만 유소아는 치명적 폐렴사슬알균 질환 발병 빈도가 높다. 특히 폐렴사슬알균 감염으로 인한 수막염은 뇌 손상, 청력 상실, 발작, 학습 장애 등 합병증이 남을 수 있다. 실제 소아에서 폐렴사슬알균에 의한 뇌수막염 치명률은 6~54%에 이른다. 치료를 하더라도 신경학적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50%로 높다.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중이염도 무시해서는 안된다. 소아는 성인보다 귀와 목을 연결하는 관인 귀인두관이 짧고 수평에 가까워 폐렴사슬알균 등 세균·바이러스가 중이로 더 쉽게 침투한다. 어릴 때 중이염에 잘 걸리는 이유다. 첫 돌인 생후 12개월까지 60% 이상의 유소아가 적어도 한 번은 급성 중이염을 앓는 것으로 보고된다. 반복적으로 중이염을 앓으면 어릴 때부터 청력이 나빠질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 감염분과 이지영 교수는 “소아에서의 침습성 폐렴사슬알균 감염은 국가 필수 예방 접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예방접종을 통한 조기 면역 획득으로 감염병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생후 2개월부터 만 5세 미만의 모든 소아와 12세 이하 폐렴사슬알균 감염 고위험군은 국가필수예방접종(NIP)으로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다. 또 5세 미만 소아 및 12세 이하 폐렴사슬알균 감염 고위험군도 병∙의원에서 무료로 접종 가능하다. 국내 NIP에 포함된 백신의 종류는 13가 백신(PCV13)과 지난해 도입된 15가 백신(PCV15)이 있다. 두 백신 모두 생후 2·4·6개월에 3회의 기초 접종과 12~15개월 사이에 1회 추가 접종을 진행해 총 4회를 접종해야 한다.
지난해 NIP에 새로 도입된 PCV15는 다양한 임상 연구를 통해 혈청형 3에 대해 기존 PCV13보다 우수한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혈청형 3은 유소아에서 침습성 폐렴사슬알균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 혈청형 중 하나다. 이 외에도 PCV15에 추가된 혈청형 22F·33F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주요 IPD 유발 혈청형이자 높은 항생제 내성을 보이는 혈청형이다. 특히 PCV15는 3차 기초접종만으로도 각 혈청형별 WHO 기준을 충족하는 면역원성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폐렴사슬알균 감염에 가장 취약한 생후 첫해부터 높은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백신 도입 이후 소아에서 침습사슬알균 감염증이 많이 감소한 국내에서 최근 유행하는 침습사슬알균의 혈청형에 대해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혈청형이 백신에 포함돼 있더라도 방어력이 충분한지, 돌파감염이 생기는지도 앞으로 면밀하게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PCV15는 기존 PCV13과 언제든지 교차 접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PCV13으로 1회 이상 접종했더라도 남은 차수를 PCV15로 교차 접종할 수 있다. 임상 연구를 통해 교차 접종했을 때 공통 13개 혈청형에 대해 단일 접종과 유사한 면역원성,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 또 교차 접종으로 PCV13에는 없는 22F·33F 혈청형에 대한 보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