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픽] 〈166〉 위염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건강검진에서 만성 위염 소견을 받은 40대 남성입니다. 위염이 있다곤 하는데 특별히 속이 쓰리거나 불편했던 증상을 느껴진 않습니다. 아직 나이도 젊은 편이니 맵고 짠 음식만 덜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도 위염이 있는 사람이 있지만, 별다른 치료를 받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그럭저럭 지내는데 위염으로 위점막 염증이 만성화하면 위암 전 단계로 진행할 수 있으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고작 위염일 뿐인데 약을 먹으면서 치료해야 하는 건지 고민입니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김병욱(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회장) 교수의 조언
위 점막에 염증이 생긴 상태인 위염은 한국인에게 흔한 질환 중 하나입니다. 위 점막은 위 안쪽에서 감싸고 있는 부분으로 위산 등 각종 소화 효소로부터 위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위 점막이 손상되면 표면이 헐면서 염증이 생깁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염으로 병의원 치료를 받는 사람은 연간 500여만 명에 달합니다. 위염은 감기만큼 흔하지만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됩니다.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은 만성적인 위 염증으로 조직이 손상됐다 재생하길 반복하면서 발생 위험이 높아집니다.
위염은 발병 양상, 염증 지속 기간 등에 따라 위 점막의 급성 염증성 변화를 보이는 급성 위염과 위 점막 염증이 오랫동안 지속돼 위 점막 위축 등 변화를 보이는 만성 위염으로 구분합니다. 급성은 주로 아스피린 등 진통제, 과도한 음주, 상한 음식 섭취 등으로 위 점막이 손상돼 발생합니다. 갑작스럽게 복통이 나타나고 구역·구토 증상이 발생합니다. 만성 위염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Helicobacterpylori) 감염이 주된 원인입니다. 위 점막이 위축돼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에서 규정한 위암 1군 발암 요인입니다.
헬리코박터균은 만성 위염, 소화성 궤양,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상(위 세포가 소장 혹은 대장세포로 대체되는 현상), 위 선종, 위암 등 다양한 위장 질환을 유발합니다. 여기에 맵고 짠 음식을 자주 먹거나 야식, 스트레스, 흡연, 음주 등 환경적 요인이 추가되면 위 점막이 지속해서 자극을 받으면서 장상피화생, 위 선종 등의 과정을 거쳐 위암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중국 등 극동아시아 지역은 헬리코 박터균 감염률이 높아 위암 발생에 주의해야 합니다. WHO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위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27명으로 몽골, 일본에 이어 전 세계 3위일 정도로 높습니다.

특히 속쓰림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성 위염은 속쓰림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위염이라면 위산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위염으로 위 점막이 손상된 상태에서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위 점막 손상이 가속화하면서 상태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최근엔 빠르고 강력하게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P-CAB 계열의 약에 주목합니다. 물론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이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속해서 복용했을 때 내성이 생겨 치료 반응이 떨어지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P-CAB 계열 치료제는 약효 발현 속도가 빠르고, 식사 여부와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고, 반감기가 9~10시간으로 길어 야간 속쓰림 완화에 효과적인 것이 장점입니다. 새로운 기전으로 위산을 억제하는 P-CAB 계열 치료제가 추가적인 위산 자극을 줄이면서 최적의 위 환경을 조성하면서 더 효과적으로 만성 위염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입니다. 국내에서 처방 가능한 P-CAB 계열 치료제는 펙수클루(대웅제약), 케이캡(HK이노엔), 자큐보(제일약품) 등이 있습니다. 이 중 펙수클루는 위염 치료에 대한 최신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올해 4월부터 급·만성 위염 적응증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로 지원됩니다.
위 건강을 위해서는 위염을 가속화하는 생활습관을 고쳐야 합니다.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줄이고 제 시간에 식사하며 음주·흡연을 삼가야 합니다. 업무나 개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위 건강관리에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 외에도 만성 위염을 유발하는 원인인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로 만성 위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도 필요합니다. 한국은 위암 조기 발견을 위해 국가암검진으로 40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2년에 1번씩 위 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위암은 정상 위 점막 세포가 여러 단계를 거쳐 암세포가 변하면서 발병합니다. 그래서 속쓰림 등 소화기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위축성 위염·장생피화생 등 위암 고위험군이라면 위 내시경 검사를 꾸준히 받으면서 위 점막 상태 변화를 살펴야 합니다. 위암은 조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내시경적 절제 등 치료로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일 정도로 높습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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