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전 위암 표적항암제 등장
대한위암학회서도 최고 수준으로 권고
위암은 한국에서 흔한 암 중 하나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국내 새롭게 발생하는 암 10건 중 1건(10.5%)은 위암이다. 만성적 위염에 시달리고, 위 점막 손상을 가속화하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감염률이 높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먹는 식습관이 원인이다. 세계 암 연구 기금(World Cancer Research Fund)에 따르면 한국은 위암 발생률은 10만 명당 27명으로 세계 평균인 9.2명보다 3배가량 높다.
위암은 조기 단계에서 발견하면 내시경적 절제만으로도 5년 생존율이 97.4%일 정도로 예후가 좋다. 문제는 암세포가 다른 부위로 퍼져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성 위암이다. 원격 전이 단계의 위암 5년 생존율은 7.5%에 불과하다. 암 사망률 1위인 폐암(12.9%)보다 낮다. 그래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전이성 위암의 치명성은 더 크다는 평가다.
소화기관인 위는 음식 등 외부 요인과 뒤섞여 환경적으로 유전적 변이가 생기기 쉽다. 위암은 종양 내 다양한 분자적 특징을 가진 세포가 공존하는 등 분자학적 이질성이 크다. 그래서 모든 암세포에 효과적인 표적을 찾기 어렵고 항암치료에도 치료 반응이 낮다. 실제 전이성 위암 1차 치료에서 표적치료는 HER2를 타깃으로 한 표적항암제 외에는 제한적이다. 그만큼 표적항암제 치료가 가능한 위암 환자도 범위도 좁다. 전체 위암 환자 10명 중 1명만 HER2 표적항암제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위암 및 위식도 접합부 암 등에 특징적으로 발현되는 새로운 위암 바이오마커인 클라우딘18.2를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위암 표적치료제(빌로이)가 국내에 도입됐다. HER2가 표적이 아닌 대부분의 위암 환자에게 또 한 번의 치료 기회가 열린 것이다. 임상적 치료 효과도 입증했다. HER2 음성, 클라우딘18.2 양성 전이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 연구에서 빌로이 병행 치료군은 무진행 생존 기간(PFS), 전체 생존기간(OS)이 모두 위약군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시아 환자군에서 더 높은 효과를 보여 주목을 끌었다. 대한위암학회도 올해 1월 위암치료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HER2 음성, 클라우딘18.2 양성 위암 환자 1차 치료로 빌로이를 최고 수준으로 권고한다.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국립암센터네트워크(NCCN) 등 주요 글로벌 학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임상적 치료 효과가 높다고 인정한 것이다. 무려 14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표적항암제는 전 세계 새로운 위암 표준 치료요법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전이성 위암 치료를 위해 빌로이를 쓰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빌로이는 이번 달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번째 도전이다. 올해 초에도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시도했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못해 한 차례 실패했다.
반면 한국처럼 위암 발생률이 높은 일본은 2024년 3월 빌로이 허가와 동시에 급여가 적용돼 쓰이고 있다. 위암은 병기가 진행될수록 생존율이 낮다. 특히 국내 발생률이 높은 5대암(갑상샘암·대장암·폐암·유방암·위암) 중에서 원격 전이 단계 생존율이 가장 낮다. 한국도 전이성 위암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조직학적 다양성 등을 고려한 치료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