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100대 궁금증] 만성위염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되지 않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합니다. 위가 불편하면 단순히 과식이나 자극적인 음식 때문이라고 넘기기 쉽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만성 위염’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어요. 위염은 감기처럼 흔한 질환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장기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위암으로 진행하는 단초가 됩니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1명은 만성 위염을 앓고 있는데도 많은 분이 자신의 위 건강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생활합니다.
위산 과해도, 부족해도 문제
위 점막은 외부 자극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입니다. 그 형태와 진행 방식도 각기 다릅니다. 예컨대 위산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점막이 지속적으로 자극받고 염증이 심해집니다. 반면 위산이 부족해 위 기능이 저하되면서 만성 위염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개인의 몸 상태와 성향에 따라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겁니다.
초기에는 단순히 위 점막이 붓고 붉어지는 정도로 나타나지만 오랜 기간 자극을 받으면 점막이 변형됩니다. 짜고 맵게 먹는 식습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 유전적 감수성 등의 요인이 결합하면 위염이 점차 악화하며 ‘위축성 위염’으로 진행됩니다.
위축성 위염이 심해지면 위 점막이 장 점막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이라는 과정이 발생할 위험이 커져요. 이는 위의 보호 능력이 점차 상실되면서 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장상피화생이 있는 환자의 약 10%는 실제로 위암을 진단받습니다. 위 점막이 장처럼 변하는 것은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거죠.
식습관 개선해 속도 늦춰야
만성 위염은 일반적인 통념과 달리 ‘완치’가 어려운 질환입니다. 그러나 진행 속도를 조절하고 위 기능을 보호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약물치료는 주로 증상이 있을 때 사용합니다. 속 쓰림, 소화불량이 지속되면 위산 억제제나 위장운동 촉진제가 처방됩니다. 다만 단순히 약을 먹는다고 염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생활습관과 환경적인 요인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있더라도 무조건 제균 치료를 하지는 않습니다. 감염된다고 해서 반드시 위 질환이 생기는 것은 아니며 항생제 내성 문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조기 위암을 경험했거나 위·십이지장 궤양이 있는 환자는 반드시 제균 치료를 해야 합니다.
일부 사람들은 유독 위염에 더 취약한 ‘체질’을 가지고 있어요. 유전적으로 위 점막이 얇거나 위산 분비가 적은 경우입니다.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이 강해도 위염이 더 빨리 악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트레스에 민감한 성격은 위염을 악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식습관 개선은 단기간의 노력이 아니라 장기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꾸준히 관리하면 위염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위 점막이 좋아하는 식습관
짜고 탄 음식 피하기: 고기나 생선을 직화구이로 먹기보다는 삶거나 찌는 방식이 위 점막을 보호하는 데 유리
규칙적인 식사 습관 유지: 끼니를 거르거나 폭식하면 위산 분비 불균형하게 만들어 위염 악화
헬리코박터 감염 예방: 개인 접시 사용, 손 씻기 등 위생 수칙 철저히 지켜 감염 위험 줄이기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