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정숙 한국혈액암협회 사무국장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행 속도가 빨라 예후가 좋지 않은 암. 담도암의 주된 특징이다. 담도암은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보내는 통로인 담도에 생긴 암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담도암 사망률 1위, 발병률 2위에 해당하는 국가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족한 편이다.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사무국장은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고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명명백백(冥明百百) 캠페인을 통해 소외된 담도암 환자에게 힘을 북돋기도 했다. 다음은 박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한국혈액암협회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1995년 급성백혈병 환우들의 모임인 새빛누리회로 시작해 2003년 보건복지부 암관리과(현 질병정책과)의 인가를 받은 비영리 공익법인이다. 주된 활동은 교육과 경제적 지원 프로그램 운영이다. 연간 약 100회의 질환 교육을 진행 중이며 치료비·진료보조비·약제비 지원을 통해 매해 5만여 명의 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약제 급여 확대를 위한 정책 참여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한다. 현재 협회가 지원하는 질환만 해도 40가지가 넘는다.”
-그중에서도 담도암이 가진 특성은.
“조기 진단이 어려운 암종이다. 담도가 간 깊숙한 곳에 위치해 발견이 쉽지 않아서다. 이로 인해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 상태에서 암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많다. 간 수치가 높게 나와 동네 의원에서 약을 받고 복용하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뒤늦게 종합병원을 찾아 진단받는 식이다. 협회에서 20년 가까이 일했음에도 이러한 담도암에 대해서는 생소한 부분이 많았다. 담도암의 현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투병 중인 환자들에게 힘을 전하고 싶어 명명백백 캠페인까지 기획하게 됐다.”
-캠페인 명에 담긴 의미는 뭔가.
“명명백백(冥明百百)은 어둠 속에서도 밝은 빛을 찾는다는 뜻으로 담도암이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함께 힘을 모아 희망을 찾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 환자들을 향해 응원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이었는데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5월 28일부터 7월 5일까지 약 한 달간 5만 명 넘는 사람이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
“캠페인 초반 담도암 환자의 자녀가 ‘아빠, 힘내자. 치료 잘 받자’는 글을 남겼다. 짧은 내용이었지만, 가족을 응원하는 자식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돼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담도암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라 환자들이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캠페인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는 환자가 많았다.”
-캠페인을 계기로 치료 환경 개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응원 메시지에도 관련 내용이 여럿 달렸다. 그중 하나가 담도암 진단을 받고 1년 만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얘기를 담은 글이다. 글쓴이는 경험을 토대로 담도암 환자에게 면역항암제 ‘더발루맙(상품명 임핀지)’의 급여 적용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투병 기간 담즙 배관 관리만큼이나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면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정책 개선이 요구되며 특히 혁신 신약의 급여 적용까지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약이 급여화되기까지 보통 얼마나 걸리나.
“미국제약협회(PhRMA)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신약이 급여화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8개월이다. 주요 20개국 평균(약 19개월)과 비슷한 수준이나 치료제를 써야 하는 환자 입장에서 1~2년은 긴 시간이다.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약을 1년간 사용하면 1억원이 넘는 비용을 개인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더발루맙만 해도 그렇다. 고가의 약제로 현재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일부 환자만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협회에서도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전액을 보전하기는 어렵다. 치료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비용 문제로 약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은 환자들에게 깊은 상실감을 준다. 특히 기대 여명이 짧은 담도암의 특성상 급여화의 지연은 곧 치료 기회의 상실로 이어져 보다 신속한 결정이 절실하다.”
-이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관련 기관과 부처에 의견을 모아 전달하고 있다. 환자들도 자발적으로 의견서를 보내줘 함께 첨부해 전달했다. 조만간 더발루맙이 약제 급여평가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간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갈 계획인가.
“일단 담도암과 관련한 상황을 지속해 모니터링할 생각이다. 이 외의 질환에 대해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대표적으로 오는 8월경에는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혈액암 생존 이후의 삶’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골수나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이식편대숙주병은 장기 치료가 필요하지만, 현재 산정 특례는 5년으로 제한돼 있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토론회에서 논의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담도암 환자들은 상태가 위중한 경우가 많아 직접 사회에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이처럼 소외된 암 환자들의 이야기에도 정부가 귀를 기울이고 정책적으로도 지원해줬으면 한다. 치료 이후의 삶 또한 중요한 만큼 환자들이 일상과 사회로 자연스럽게 복귀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도 마련해주길 바란다. 환자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너무 힘들 때는 혼자 견디려 하지 말고 협회에 연락했으면 한다. 병원 내에도 의료사회사업실이나 환우회 등 따뜻한 손을 내미는 곳이 많다. 언제든 마음 편히 도움을 요청하고 필요한 지원을 받길 바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