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픽] 〈175〉 급성 신손상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60대 후반 아버지께서 얼마 전 고열과 함께 의식이 흐려져 응급실로 실려가셨습니다. 검사 결과, 신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졌고 패혈증이 의심된다는 진단과 함께 중환자실에 입원해 지속적인 신대체요법을 시작했습니다. 지속적 신대체요법이 무엇인지, 언제까지 이렇게 중환자실에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지 알고 싶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의 조언

급성 신손상은 원인과 관계없이 신장(콩팥)의 기능이 일주일 이내로 갑자기 떨어지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렇게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체내 수분과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걸러내지 못해 부종, 의식 저하 같은 요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급성 신손상은 조기 발견을 통한 적절한 치료가 매우 중요합니다. 원인을 정확하게 찾아내 빠르게 대처하면 신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환자의 30%는 회복 후에도 만성 콩팥병으로 진행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패혈증은 급성 신손상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미생물 감염으로 전신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신장 등 체내 주요 장기의 기능 부전이 빠르게 진행됩니다. 실제 패혈증 환자의 20~60%는 신기능 이상, 신부전을 경험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치료가 늦어지면서 패혈성 쇼크로 이어졌다면 1년 이내 사망률은 50%에 달할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패혈성 쇼크를 동반하지 않았을 때 사망률은 이보다 다소 낮습니다. 따라서 패혈증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급성 신손상이 발생했다면 지속적 신대체요법(CRRT·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으로 적극 대처해야 합니다. 

지속적 신대체요법은 급격하게 손상된 콩팥의 기능을 대신해 하루 24시간 내내 투석 치료를 지속하는 체외 혈액정화 요법입니다. 패혈증에 걸리면 발열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엔도톡신(내독소) 수치와 감염원에 대한 인체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사이토카인 수치가 올라갑니다. 이로 인한 전신 염증 반응과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패혈증 치료를 위해 염증 매개체(사이토카인)를 제거해 혈역학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치료 전략인 지속적 신대체요법에 주목하는 배경입니다. 아버님이 받고 있는 그 치료입니다. 임상에서 급성 신손상을 동반한 경우 중증도가 심할수록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데, 패혈증으로 제거해야 할 노폐물이 일반인보다 더 많습니다. 

지속적 신대체요법은 치료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낮은 혈류 속도를 유지하면서 24시간 내내 투석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지속적 신대체요법은 주로 집중 치료가 가능한 중환자실에서 시행되는데, 치료 기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루만에도 끝날 수 있고, 며칠 동안 투석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엔도톡신(내독소) ▶사이토카인 ▶체액 및 요독소 등 세 가지를 동시에 제거할 수 있는 인공신장용 혈액 여과기 세트를 활용해 지속적 신대체요법을 시행합니다. 내독소와 사이토카인으로 인한 급성 신손상 환자가 이 세트를 활용하면 흡착 기능을 통해 엔도톡신을 제거하면서 다수의 사이토카인에 대해 90% 이상의 제거율을 보이면서 혈역학적 안정성 개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효과를 바탕으로 지속적 신대체요법은 미국중환자의학회, 질병관리청,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성인 패혈증 및 급성 신손상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는 치료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응급실 이송부터 중환자실 입원까지 많이 놀라셨겠지만 급성 신손상이 생긴 원인을 빨리 발견해 대처한 만큼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담당 주치의와 상태를 논의하면서 치료를 잘 마무리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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