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장학회, "복막투석 재택 관리, 실질적 정책 지원 시급"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콩팥병(만성신부전) 환자가 늘고 있지만 일반인 중 86%는 투석에 대해 잘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18일까지 20세 이상 성인 1184명(일반인 768명, 환자 및 보호자 416명)을 대상으로 말기콩팥병과 투석 치료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다. 

구체적으로 일반인 그룹의 86.2%는 투석에 대해 잘 모른다(들어본 적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 84.9%, 들어본 적 없다 1.3%)고 답했으며,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은 13.8%에 그쳤다. 환자 및 보호자 그룹에서는 '들어본 적 있고 잘 알고 있다'는 응답이 60.1%로 일반인 그룹보다 높았지만, '들어본 적 있으나 잘 알지는 못한다'(38.2%)거나 '들어본 적 없다'(1.7%)는 응답도 39.9%에 달했다. 환자와 보호자 10명 중 4명은 투석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만성콩팥병은 콩팥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손상된 경우로 병세가 진행되면 악성신생물(암)보다도 더 큰 진료비를 부담하는 말기콩팥병에 이르게 된다. 말기콩팥병은 1인당 평균 진료비가 단일상병 중 가장 높다. 말기콩팥병에서 생명 유지를 위해서는 신대체요법이 필요한데, 투석과 신장이식을 들 수 있으며 투석은 집에서 시행할 수 있는 복막투석과 병원을 방문해 진행하는 혈액투석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2010년 5만 8천여 명 수준이던 말기콩팥병 환자 수가 2023년 약 13만7000명으로 2.3배 증가했으며, 이에 따라 건강보험 재정 부담 역시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혈액투석 대비 의료비용이 적은 복막투석의 비율은 10년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5~10년 뒤에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복막투석에 대한 정보와 교육 부족으로 인한 낮은 인식, 정책적 지원 부족 등 치료 기반 전반의 미비가 지적된다.

투석이 주로 이뤄지는 장소를 아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병원(일반인 38.3%, 환자 및 보호자 48.6%), 병원 또는 집(일반인 26.8%, 환자 및 보호자 48.8%)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일반인의 34.9%, 환자 및 보호자의 2.6%였다. 일반인은 물론 환자, 보호자조차 집에서 이뤄지는 복막투석을 잘 모르고 있는 셈이다.

특히 복막투석에 대한 인식 수준은 현저히 떨어졌다. 일반인 중 60.9%는 '혈액투석만 들어봤다'고 답했으며, 12.6%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고 답했다. 환자 및 보호자 중에서도 '혈액투석만 들어봤다'(46.6%)거나 '혈액투석·복막투석 모두 처음 들어봤다'(6.3%)는 응답이 52.9%에 달했다. 다만 두 가지 투석 방법에 대한 정보가 균형 있게 제공되면 투석 방법에 대한 선택이 변화할 가능성을 보였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방법, 장단점 등에 관해 설명한 뒤 어떤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묻자 일반인의 경우 복막투석을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69.8%로 혈액투석(30.2%)보다 높았다.

또 혈액투석 중인 환자의 47.3%도 복막투석으로 변경을 고려해 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충분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면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투석 방법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재 복막투석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치료 선택권이 제한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정표 대한신장학회 총무이사는 "복막투석은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환자 중심의 재택 치료 방식이며 환자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필수 의료이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10년 내 지속가능성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복막투석 재택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재택진료 보상체계 강화와 필수의료 네트워크·인프라 지원, 전문 인력 확보 등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민관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신장학회는 복막투석 활성화가 지역·필수·공공 의료 강화와 건강보험재정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서 시급한 이슈라고 지적하며, ▶재택투석 관리료 신설 ▶운영 기반 마련 ▶전문 인력 확보 방안에 대한 정책을 제안했다. 

황원민 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는 "복막투석 재택관리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만성질환 관리 모델"이라며 "재택 복막투석 활성화를 위해서는 학회의 노력과 언론을 통한 국민 인식 향상을 바탕으로 한 정부 당국의 실질적인 정책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 결과는 대한신장학회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한 '급증하는 말기콩팥병, 지속 가능한 치료의 길-재택 복막투석 활성화 정책 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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