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픽] 〈174〉 민감성 치아 관리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치아 문제로 고민이 생긴 30대 후반 여성입니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가끔 앞니 부분이 시큰거리는 느낌이 들고 찌릿한 통증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요즘 날이 부쩍 더워지면서 차가운 얼음물, 아이스 아메리카노 등 찬 음료를 즐겨 먹는데 그때 유독 그렇습니다. 통증이 심한 것은 아니지만 찬 음식을 먹을 때마다 치아·잇몸을 찌르듯 찌릿하니 신경쓰이고 괴롭습니다. 순간적으로 아프고 통증은 사라지지만 그 느낌이 한동안 남아있어 기분도 나빠집니다. ‘치과에 가야겠다’란 생각은 하지만 통증이 심하지 않고 일시적이라 계속 미루게 됩니다. 찌릿한 부분만 더 신경쓰면서 양치질을 하면 괜찮아질지 궁금합니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치과보존과 서덕규 교수의 조언
여름철이 되면 아무래도 찬 음식의 섭취가 늘어나다 보니 이 같은 증상으로 내원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민감성 치아’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민감성 치아란 여러 가지 자극에 대해 나타나는 짧고 날카로운 통증입니다. 치아가 마모되거나 깨졌을 때, 혹은 잇몸이 내려가면 잇몸이 덮고 있던 치아의 상아질 부위가 밖으로 노출되는데, 이때 노출된 상아질 표면의 상아세관이라는 미세한 구멍을 통해 외부 자극이 전달되며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차가운 음식을 섭취할 때 혹은 포도나 복숭아 같이 당도가 높은 과일을 먹게 되면 찌릿찌릿한, 혹은 짧고 날카로운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환자마다 불편감을 느끼는 정도가 상대적입니다. 이런 증상이 계속되는 것이 아닌 일시적이라고 느낍니다. 실제 국내 성인 3명 중 2명이 민감성 치아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통계를 보더라도 굉장히 흔하게 발생하는 증상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대로 방치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칫솔질할 때 자신도 모르게 시린 부위를 피해 양치하다가 치아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민감성 치아는 음식물 섭취의 불편함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식사 자리 등의 대인 관계와 전반적인 삶의 질까지도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찌릿한 통증을 동반하는 민감성 치아가 생기는 원인은 매우 다양합니다. 치경부 미세 파절, 잘못된 칫솔질, 이갈이 등 교합 문제로 발생할 수 있고, 콜라·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나 오렌지 주스, 커피 등 치아 모마를 유발하는 산성 음료를 많이 마시거나 치주염이 진행한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여러 요인으로 잇몸이 내려가거나 치아의 마모가 심해지면 치아 표면의 상아세관 노출이 심해지면서 외부 자극으로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통증을 느낀 것 자체가 구강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인 셈입니다. 따라서 치과를 방문해 왜 민감성 치아가 생겼는지 원인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잠깐 아프니 참으면 된다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면 치과 질환이 악화해 치아 상실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특별한 병적인 원인 없이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치아의 마모가 진행되거나 잇몸이 내려가 시린 증상이 생겼다면 민감성 치아 전용 치약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중에는 센소다인 등 다양한 전용 치약이 출시돼 있는데 제품에 따라 신경을 둔감하게 만들거나 상아세관을 밀폐하는 기전을 통해 증상을 개선합니다. 최근에는 상아세관을 밀폐할 뿐만 아니라 표면과 내부에 보호층을 형성해 민감성 치아 증상을 완화하고 예방하는 성분의 치약도 있습니다.
민감성 치아로 인해 불편감을 호소하는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징 중 하나는 잇몸과 치아의 경계 부위에 칫솔질이 제대로 안 되어 치태가 쌓여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치태가 잇몸과 상아질에 붙어 있는 경우, 수많은 세균과 세균을 분비하는 독소에 의해 치아는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어 올바른 칫솔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치아의 모든 면을 칫솔로 제대로 닦아주는 것이 민감성 치아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민감성 치아 역시 치료에 앞서 정확한 원인을 찾고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가 시린 경우 이를 방치하지 말고 즉시 치과를 방문해 치과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이땐 언제부터, 어느 부위가 어떤 식으로 불편한지, 최근 치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지 등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민감성 치아 증상은 장기간 반복해서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에 치과의사의 치료와 장기적인 생활에서의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가 시린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이 있다면 우선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다음, 민감성 치아 전용 치약을 꾸준히 사용하면 민감성 치아를 예방할 수 있고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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