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민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완치희망 얼리체크: EGFR 폐암]② 암 재발 위험 낮추는 수술 후 보조요법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암의 85%는 암세포의 크기가 작으면서 특정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비소세포폐암이다. 한국인에서 가장 많은 비소세포폐암 유전자 변이는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아시아인, 비흡연자, 여성에서 흔히 나타난다. 수술 후에도 재발 위험이 높은 암으로 알려졌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재발률은 암 진단 당시 병기에 따라 달라진다. 통상적으로 20~50% 수준이지만 3기일 땐 최대 70% 이상의 재발률을 경험한다고 알려진다.

특히 폐암 절제 수술 후 3년 이내는 재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다. 이 시기 집중적인 표적 치료 기반 수술 후 보조요법은 재발률을 낮추면서 완치 기능성을 높인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ADAURA 연구에서도 치료 후 5년 생존율을 88%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완치희망 얼리체크: EGFR 폐암 시리즈' 두 번째 주제는 암 재발 위험을 낮추는 수술 후 보조요법이다. 폐암 수술 후 3년은 EGFR 변이 폐암 재발률을 낮추는 골든 타임이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홍민희 교수에게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의 수술 후 보조요법 치료 전략, 완치 사례를 들었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nag.co.kr

- 폐암 중 수술이 가능한 병기는.

“폐암은 1·2기와 3A기까지 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비교적 조기라고 볼 수 있는 1·2기는 종양이 국소 부위에 국한된 병기다. 근치적 목적의 수술이 완치율이 가장 높은 표준 치료로 꼽힌다. 다만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 시 위험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경우 방사선 치료로 대체해 진행하기도 한다. 3A기는 림프절 전이 양상에 따라 수술 여부가 달라진다.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 다양한 치료 전략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림프절 전이가 국한된 경우 방사선 치료 또는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진행한 후 수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은 절제한 종양을 검사해 병기를 확정하기 때문에 최종 확정된 병기는 수술 전 진단 검사를 통해 예상했던 병기와 다를 수도 있다.”

- EGFR 변이 폐암은 수술 후에도 보조 항암 치료를 권하던데.

“EGFR 변이 폐암은 재발률이 높다. 완전 종양 절제술을 받은 EGFR 변이 폐암 환자의 20~70%는 재발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수술 후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재발 또는 사망률을 살펴본 5건의 대규모 임상 연구에서 1B기는 45%, 2기는 62%, 3기는 76%로 나타났다. 암 수술 후에도 재발 고위험군인 1B기 환자는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보조적인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수술로 암덩어리를 최대한 제거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종양이 증식하면서 암이 재발할 수 있다. 

최근엔 암세포 성장·증식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 3세대 EGFR 변이 표적항암제로 수술 후 재발을 낮추는 보조적인 치료 전략에 주목한다. EGFR 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치료 독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EGFR 변이 표적항암제인 오시머티닙(타그리소)로 수술 후 보조요법을 고려한다. 현재 오시머티닙은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유일하게 사용 가능하다. 조기 폐암이라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최근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기 환자에서 수술 후 3세대 EGFR 표적항암제인 오시머티닙으로 보조요법을 3년간 진행 완료했다. 현재 추적관찰 중인데 곧 치료 종결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기존엔 EGFR 변이와 상관없이 DNA 손상을 일으켜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화학합성항암제인 시스플라틴으로 보조항암요법을 시행했다. 시스플라틴은 다양한 암 치료에 쓰이지만 정상세포에도 영향을 미쳐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 폐암 수술 후 3년이 중요한 이유는 뭔가.

“폐암 수술 후 3년은 암 재발 위험이 높은 시기다. 기존 연구에서도 수술 후 1년 이내 재발이 가장 흔하게 나타났다. 특히 3년 이내 재발이 빈번했다. 이 시기를 어떻게 치료하느냐에 따라 장기 예후가 달라진다. ADAURA 연구에서도 위약군 대부분의 재발은 수술 후 3년 이내 집중됐지만, 오시머티닙 치료군은 3년 시점까지 무병생존율이 현저히 높아지는 등 생존 곡선이 뚜렷하게 벌어지는 것으로 관찰됐다. 암 수술 후 3년은 단순 관찰 기간이 아닌 완치(CURE)를 위한 치료 개입 골든 타임인 셈이다. 이 시기 얼마나 암의 재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느냐에 따라 장기 생존율에 차이를 보인다.” 

- 오시머티닙 등 표적항암제를 활용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기대할 수 있는 완치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오시머티닙은 현재 국내에서 수술후 보조요법으로 사용 가능한 유일한 표적항암제다. 2021년 ADAURA 임상 3상 연구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수술 후 보조요법 적응증을 확대했다. 지금까지 4년 동안 국내 치료 사레를 축적하며 실제 진료 환경에서 기존 표준 치료였던 시스플라틴 항암화학요법 대비 부작용 위험, 재발 부담을 줄인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완전 종양 절제술을 받은 1B-3A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위약군 대비 오시머티닙 보조요법 효과를 비교한 ADAURA 연구에 따르면, 오시머티닙(타그리소)군의 1B-3A기 폐암 재발 또는 사망 위험은 위약군 대비 7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시머티닙 치료군은 위약군 대비 사망 위험을 51% 감소시키며, 전체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서 재발이 흔한 중추신경계(CNS)에서도 오시머티닙(타그리소)은 재발 위험을 76% 낮췄다.”

- 수술 후 보조 항암 치료에서 오시머티닙을 사용할 경우 치료 기간은.

“ADAURA 임상 연구를 근거로 수술 후 최대 3년 투약을 권장한다. 이 기간 동안 CT 등 정기적 영상 검사, 혈액 검사 등으로 재발 여부를 살피고 약물 이상 반응을 모니터링한다. 초기 1~2년 동안은 3~4개월 간격으로 병원 방문,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이후 상태가 안정되면 6개월 간격으로 조정한다. 치료 도중 피부 발진, 설사, 간독성 등 오시머티닙 관련 이상 반응이 발생하면 용량 조절을 고려하기도 한다. 다만 3년 간의 수술 후 보조 항암 치료로 재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엔 암 재발 억제 효과 등을 확인하기 위해 오시머티닙 5년 투약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물론 수술 후 보조 항암 치료 3년이 끝났어도 암 재발 여부에 대한 추적 관찰을 지속해야 한다.”

- EGFR 변이 폐암 완치를 위해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을까. 

“암으로 진단받으면 대다수가 극도로 불안해하고 좌절한다. 암 사망률이 높은 폐암은 더 그렇다. 폐암 진단으로 불안할 수 있지만 폐암 치료 기술은 최근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초기 폐암이라면 표적항암제 수술 후 보조항암치료로 장기 생존도 기대할 수 있다. 내가 진료한 환자 중엔 오시머티닙 수술 후 보조요법을 3년 이상 지속 복용하는 것을 논의 중인 사례도 있다.

40대 후반 비흡연 여성으로 EGFR 변이 폐암 초기였다. 수술을 받았는데 재발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컸다. 오시머티닙 수술 후 보조요법 치료를 받으면서 경과를 관찰하고 있는데 재발 없이 무병 상태를 유지하면서 건강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진료실에서 그 환자가 ‘아이들과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게 됐다’는 말을 듣고 누구에게는 당연한 일상이 새로운 삶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는 오시머티닙 3년 이상 지속 복용을 논의 중이다. 이 환자처럼 EGFR 변이 폐암이라면 현재 시도 가능한 치료로도 충분히 재발을 줄이고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 폐암 치료 체크 포인트 셋

1. 폐암으로 진단받으면 현재의 병기, 수술 가능성, EGFR 변이 여부 등을 확인한다.

2. 암 수술 후 3년은 완치를 위한 치료 개입 골든 타임이다. 

3. EGFR 변이 폐암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3세대 표적항암제를 투약하면 장기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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