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리병 등과 감별 진단 중요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 좌심실 공간이 좁아지는 비후성 심근병증(HCM)은 파브리병, 아밀로이드병증 등 다른 심근 질환과 감별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는 연구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곽서연·이현정·김규·조익성·심지영·하종원·홍그루 교수, 임상유전자과 오지영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서지원 교수, 쓰리빌리언(3bilion) 서고훈 박사 연구팀은 한국에서 비후성 심근병증 의심 환자의 유전적 변이의 유병률과 다른 심근병의 비율을 조사했다. 연구결과는 대한의학회지(JKMS)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다양한 표현형을 가지고 있는 비후성 심근병증은 좌심실 비대 증상이 있는 다른 유전성 심근병, 침윤성 심근병 등 이차성 비대증이 있는 상태와 구별이 중요하다. 특히 비후성 심근병증, 파브리병, 아밀로이드증에 대한 치료법이 존재하면서 정확한 질환 감별이 필요하다. 유전자 검사는 심장 외의 증상을 호소해도 비후성 심근병증이나 유사 질환을 진단하는데 도움된다. 현재 지침에서도 비후성 심장병증의 비정형적 임상 증상을 보이는 환자나 다른 유전적 상태가 원인일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권하고 있다. 

연구팀은 2012년 4월부터 2023년 2월 사이 좌심실 비대가 관찰된 비후성 심근병증 의심 환자 492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9.6세였고 고혈압 292명(59.6%), 당뇨병 216명(44.1%), 심방세동 81명(16.5%), 관상동맥 질환자 48명(11.5%)이었다. 가장 흔한 좌심실 비대(LVH) 패턴은 중격 비대(73.7%)였다. 그 다음은 정점 혼합(17.6%), 확산 비대(8.8%)다. 

유전자 분석 결과,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돌연변이는 214명(43.5%) 검출됐다. 이중 182명은 sarcomere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비후성 심근병증을 앓고 있었다. 27명은 GLA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파브리 질환을, 3명은 TT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아밀로이드증을 앓고 있었다. MT-TL1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MELAS를 앓고 있는 경우(2명)도 있었다.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없는 278명의 환자에 대한 진단은 다중 모달 심장 영상 결과와 임상 정보를 분석해 이뤄졌다. 

좌심실 비대가 나타난 환자의 90% 이상이 유전자 검사와 심장 영상 분석을 통해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진단됐지만 파브리병, 심장 아밀로이드증 등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병인 경우도 존재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검사가 비후성 심근병증과 다른 심근병을 감별 진단하는데 도움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좌심실 비대를 확인하는 등 비후성 심근병증 의심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한 상태에서도 파브리병 유병률이 5.5%로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았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유전자 검사가 비후성 심근병증 진단에 도움되고 다른 심근병증이 의심되는 경우에 특히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비후성 심근병증은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호흡곤란, 흉통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현재 국내에서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치료 중인 사람은 2만 여명 수준이다. 상당수는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의심되지만 진단조차 받지 않고 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젊을 때 발병하면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부정맥, 심방세동, 심부전 등의 심혈관계 합병증 발생 위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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