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픽] 〈176〉 강직성 척추염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20대 중반에 강직성 척추염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소염진통제와 운동 치료를 병행하다가 점차 염증이 심해져 생물학적 제제 주사제를 맞기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됐습니다. 그런데 주사 치료에도 염증으로 허리가 뻣뻣하고 통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고민입니다. 낮에 활동할 때는 그래도 통증을 참을만한데, 밤에 잠을 자려고 하면 등허리 부위 통증이 심해져 자다가 깰 정도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좀더 나아지겠거니 하고 지내고 있는데, 이렇게 버티는 게 맞을까요.
동아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준용 교수의 조언
강직성 척추염은 주로 척추와 엉치엉덩관절(천장관절)을 침범하는 만성적인 염증성 관절염입니다. 초기에는 허리와 엉덩이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과 강직감이 나타납니다. 주로 45세 이전에 증상이 시작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며, 아침에 뻣뻣하고(조조강직), 운동으로 통증이 호전되는 반면 휴식 시에는 악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언급한 것처럼 등허리 통증이 심해 새벽에 잠을 깨기도 합니다.
치료가 늦으면 만성 염증으로 강직성 척추염이 악화하면서 척추의 이동 범위가 제한되고, 척추뼈가 서로 융합돼 붙어버릴 수 있습니다. 척추 관절이 염증으로 인해 융합돼 굳어버리면 치료하더라도 이전 상태로 다시 회복할 수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강직성 척추염에서 조기 진단·치료는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엔 강직성 척추염 치료에 효과적인 약제가 많이 개발됐습니다. 적절히 치료하면 일반인과 같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의 치료 목표는 전신 염증을 최소화하고, 통증과 강직을 줄여 바른 자세와 충분한 관절 운동 범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치료는 크게 운동·약물 치료로 구분합니다. 약물치료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와 생물학적 제제, JAK억제제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에서 염증과 통증을 줄여 관절의 움직임을 좋게 하고, 꾸준히 치료하면 척추 변형도 줄일 수 있는 약제입니다. 그러나 개인에 따라 속이 불편하고 몸이 붓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질문을 주신 분처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에도 치료 반응이 없을 경우 생물학적 제제, JAK억제제 등 다음 단계의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척추 변형의 직접적 원인인 사이토카인을 차단해 질병 진행을 막으면 척추 변형이 생기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먼저 생물학적 제제는 TNF-알파 억제제와 IL-17 억제제가 있는데, 모두 주사제입니다. 정맥 주사로 투여하기도 하고 스스로 자가 주사하기도 합니다. 염증 유발에 관여하는 원인 물질(TNF-알파, IL-17)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염증 및 통증 개선과 관절 변형을 억제하는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JAK 억제제는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약제입니다.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알약 형태의 경구제라 복용 편의성이 높은 것이 강점입니다. 생물학적 제제가 염증 유발 원인 물질을 억제하는 것에 비해 JAK 억제제는 이 원인 물질의 신호 전달 경로인 JAK를 차단합니다. 이를 통해 과도한 면역 반응으로 발생하는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염증을 줄이고 빠르게 통증을 완화합니다. JAK 억제제 중 하나인 린버크(유파다시티닙)은 임상연구에서 척추 관절 변형, 염증 수치 등을 개선해 질병 활성도를 낮춰줍니다. 특히 야간이 더 심해지는 강직성 척추염의 등허리 통증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현재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통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약의 효과를 재평가하고 JAK억제제로 치료제를 교체하는 등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건강보험급여 기준으로 JAK억제제는 한 가지 이상의 생물학적 제제 치료에 실패한 경우에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상황입니다. 임상적으로 강직성 척추염으로 등허리 통증이 심하다면 통증 개선에 효과적인 JAK억제제를 생물학적 제제보다 우선 고려할 수 있지만, 급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환자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강직성 척추염과 비슷한 다른 자가면역 질환인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건선성 관절염, 류머티즘 관절염 등에서는 생물학적 제제 치료 실패 경험이 없는 환자에서도 JAK억제제를 건강보험 급여로 처방할 수 있는 것과는 대비돼 안타깝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강직성 척추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치료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강직성 척추염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운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질환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운동은 통증을 줄이고,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혀 척추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강직을 예방합니다. 규칙적으로 매일 운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몸통, 목, 어깨, 허리 및 고관절 등을 최대한 뒤로 펴는 운동이나 회전시키는 동작 위주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강직성 척추염은 장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치료 과정에서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있을 때는 담당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해 해결책을 찾아가길 권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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