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환자, 베체트병 발병 위험 17.2배 높아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는 다른 자가면역 질환의 동반 위험도 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가면역 질환은 신체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병이다.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은 시신경∙뇌∙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염증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중추신경계 어디에도 생길 수 있어 시각 장애, 편측 감각 및 운동 장애, 어지럼증 등 다양한 증상을 유발한다. 시신경 척수염은 시신경과 척수에 병변이 많아 시력 손실이나 하지 마비가 주로 생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민주홍 교수·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인하대병원 신경과 권순욱 교수, 숭실대 한경도 교수 연구팀은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의 자가면역 류마티스성 질환 발병 위험을 분석한 결과를 미국 학술지 ‘메이요 클리닉 회보’ 최근 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다발성 경화증 환자 1987명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 2071명을 연구에 등록한 지 1년이 지난 날부터 추적 관찰했다. 관찰 종료 시점은 자가면역 류마티스성 질환을 진단받는 날 또는 관찰 종료일인 2019년 12월 31일 중 더 이른 날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평균 4.5년,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는 평균 4.3년 내에 다른 자가면역 질환이 새롭게 진단됐다. 특히 다발성 경화증 환자는 베체트병을 진단받을 가능성이 17.2배 높았다.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는 쇼그렌 증후군을 앓을 위험이 82.6배, 전신 홍반 루푸스를 앓을 위험이 30.8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공통된 면역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상적으로 면역을 조절하는 T세포 대신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Th1세포가 활성화하고, 염증 유발 물질인 인터루킨17이 분비되는 면역 불균형이 발병에 관여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이번 연구는 국내 다발성 경화증 및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에서 다른 자가면역질환 발생 위험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베체트병은 한국을 포함한 실크로드 지역에서 흔히 나타나는 질환이다.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게 발병 위험이 높아진 이유로는 비타민D 결핍, 흡연과 같은 공통 위험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병용 질환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하다.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환자 중 쇼그렌 증후군이나 전신 홍반 루푸스를 함께 앓는 경우 입원 기간이 더 길고, 발작이나 하지 마비 등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민주홍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발성 경화증과 시신경 척수염 범주질환 진단 후에도 다른 자가면역 질환 발병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환자 진료 시 관련 질환 동반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관리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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