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신호

매년 7월 22일은 ‘세계 뇌의 날’이다. 세계신경과학회(WFN)가 뇌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한 날로, 올해 주목할 질환은 ‘뇌전증’이다. 여전히 ‘간질’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거나 오해받는 병이다.

뇌전증은 뇌의 전기신호가 갑작스럽게 폭주하면서 경련, 의식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 만성 신경계 질환이다. 특정 자극이 없어도 반복적으로 발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 ‘간질’로 불리며 정신 질환으로 오해되기도 했던 뇌전증은 2014년부터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그만큼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최윤호 교수는 “뇌전증은 선천적인 병이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고·감염·뇌졸중 등 후천적인 원인으로도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며 “꾸준한 치료만 잘 받으면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눈 깜빡임·멍한 표정도 증상 

많은 사람이 떠올리는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전신 경련’은 뇌전증의 대표적인 증상이지만 모든 환자가 그런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성인에서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시작되는 ‘국소 발작’이 더 흔하다.

이 경우 팔·다리 일부가 씰룩거리거나 눈을 멍하니 깜빡이고, 입맛을 다시는 등 무의식적인 자동 행동이 반복될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멍한 상태처럼 보일 수도 있어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관찰이 중요하다.

진단은 주로 뇌파검사와 뇌 MRI를 통해 이뤄진다. 발작 시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포착되는지, 구조적인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때 발작 당시 상황을 보호자나 목격자가 기록해 전달하면 큰 도움이 된다. 수면 중 뇌파 검사나 비디오 뇌파 모니터링을 추가로 시행할 수도 있다.

70% 이상은 조절 가능

뇌전증의 치료는 항경련제 복용이 기본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2회 이상 발작이 나타났다면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전체 환자의 약 70%는 약물만으로도 증상이 조절된다. 최근에는 다양한 작용 기전의 약물이 개발돼 환자의 증상에 따라 맞춤 처방도 가능하다.

2년 이상 약을 먹었는데도 발작이 계속된다면 ‘난치성 뇌전증’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에는 뇌파 및 영상 분석을 통해 발작을 유발하는 뇌 부위를 찾아 수술하는 방법이 고려된다.

수술이 어렵거나 효과가 제한적일 경우 신경을 자극하는 치료법이 대안이 된다. 대표적으로는 미주신경자극술(VNS), 뇌심부자극술(DBS), 반응성 뇌자극술(RNS) 등이 있다. 최 교수는 “발작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무조건 신경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반복되거나 의식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 조기 진단이 예후에 결정적”이라고 강조했다.

 Tip. 이런 증상 반복된다면 의심하세요

-눈을 깜빡이며 멍하니 있는 시간이 잦다
-팔·다리가 씰룩거리거나 이상한 감각이 느껴진다
-입맛을 다시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행동이 반복된다

*발작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면 반드시 전문의 상담 필요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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