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의 20~30%가 경험하는 미주신경성실신

스트레스를 받거나 오래 서 있을 때 갑자기 쓰러지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증상은 흔히 공황장애나 뇌전증으로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부교감신경 중 하나인 미주신경의 활성 때문일 수 있다.
미주신경성실신은 가장 흔한 형태의 실신이다. 실제로 실신으로 응급실에 내원하는 환자 중 절반 정도가 미주신경성실신으로 진단되며, 전체 인구의 약 20~30%가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할 정도로 매우 흔하다. 남성보다 여성에서 1.5배 더 많이 발생한다.
원인은 자율신경계의 일시적인 불균형이다. 자율신경계의 어느 부분이 강하게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심장 억제형 ▶혈관 억제형 ▶혼합형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심장 억제형은 부교감신경 활성화가 두드러진 상태이며, 혈관 억제형은 교감신경 억제로 나타난다. 혼합형은 두 가지 기전이 모두 작용한 유형이다.
주요 위험인자는 감정적 스트레스, 기립성 자극, 특정 약물 사용 등이다. 감정적 스트레스로는 공포, 통증, 불안, 혈액을 보거나 주삿바늘에 노출되는 상황 등을 꼽을 수 있다. 기립성 자극에는 오랜 시간 서 있기, 갑작스러운 자세 변화가 있다. 항고혈압제·이뇨제·항우울제와 같은 약물 사용도 미주신경성실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신 전에는 다양한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게 현기증과 식은땀, 메스꺼움, 심장 두근거림 등이다. 이어 수 초에서 수 분간의 의식 소실이나 간단한 경련성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다. 실신 후에는 대부분 빠른 회복을 보이며 일시적인 혼란과 피로감이 있을 수 있다.
미주신경성실신은 대부분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빈번한 실신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거나 부상 위험이 높은 직업 혹은 고령자에서 실신으로 골절 위험이 높다면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서맥이 심해 삶의 질이 크게 저하되면 심박조율기 치료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실신을 예방하려면 장시간 서 있지 않는 등 유발 요인을 회피하는 게 우선이다. 전조 증상 발생 시에는 즉시 앉거나 눕고 다리를 올린다. 하루 2~3L의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며 카페인이나 과도한 알코올은 혈관 확장을 일으켜 혈압을 낮출 수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반면 적절한 소금 섭취와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은 도움이 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윤지은 교수는 “미주신경성실신이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환의 징후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한 예방과 대처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다만 처음 실신이 발생하면 전문의 진료를 통해 다른 심각한 원인 질환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