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와 비슷한 후두암 증상

“목소리가 얼마나 쉬셨어요?” “글쎄요, 감기인 줄 알고 참았는데...3주는 넘은 것 같네요.”
진료실에 앉은 60대 남성 A씨는 그동안 목소리가 잠기고 갈라지는 증상이 계속됐다고 했다. 다만 특별히 통증도 없고 열도 없어 피곤해 그런 줄로만 알았다. 병원을 찾은 건 동네 약국에서도 '이건 감기 같지 않다는 말을 들은 후였다.
A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후두암 초기. 목소리가 쉬는 증상 외엔 특별한 이상이 없었는데 이미 성대 주변에 병변이 자라고 있었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임영창 교수는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특히 흡연자나 60세 이상이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후두암 진료 환자는 약 8900명이다. 남성 환자가 전체의 94%다.
후두암은 비교적 조기 발견이 쉬운 암이다. 내시경 검사만으로도 병변을 확인할 수 있다. 성대에 국한된 초기 병변은 성대 보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 문제는 좀 쉬면 낫겠지라고 여겨 방치하는 사이 병이 진행되는 경우다. 암이 성대를 넘어 외부로 침범하면 후두 전체를 절제하는 수술이 필요해진다. 이 경우 음성 재활까지 이어지는 긴 치료가 필요하다.
후두암이 의심되는 증상으로는 ▶2주 이상 지속되는 쉰 목소리와 ▶목 이물감으로 삼킬 때 불편하고 ▶마른기침과 인후통이 있으며 ▶평소와 다른 목소리 변화다. 초기 후두암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다. 감기는 대개 1~2주 이내에 회복된다. 후두암은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점점 심해진다.
임영창 교수는 “후두는 목소리뿐 아니라 호흡과 연하, 발성까지 모두 담당하는 기관”이라며 “조기 진단만 해도 수술 범위를 줄이며 일상의 불편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