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장애 바로 알기

요즘처럼 아침저녁 기온 차가 클 때면 목이 따끔거리거나 쉰 목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물을 자주 마시며 며칠 쉬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증상이 2주 이상 계속되고, 목소리가 점점 악화하거나 말하는 게 불편해지면 ‘음성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김현범 교수는 “쉰 목소리는 단순한 불편감이 아닌 질환의 신호”라며 “특히 감기 증상이 사라진 뒤에도 음성 변화가 지속되거나 목소리가 갑자기 약해지거나 끊기면 전문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범 교수에게 음성질환에 관한 핵심 정보 세 가지를 들었다.
1. 성대 점막 미세 손상 쌓여 발생
음성장애의 원인은 크게 기능적·기질적·신경학적으로 나뉜다. 흔한 것은 잘못된 발성 습관이나 과도한 음성 사용으로 인한 기능적 장애다. 대표적인 예로 성대결절이나 성대용종이 있다. 가수나 교사, 상담사처럼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자주 발생한다. 성대에 무리가 쌓이면 점막에 미세 손상이 생기고, 반복적인 마찰로 결절이나 염증이 생긴다.
기질적 원인은 성대나 후두에 구조적인 문제가 생긴 경우다. 후두암이나 성대마비처럼 비교적 심각한 질환이 포함된다. 신경학적 원인은 파킨슨병이나 뇌졸중처럼 신경계 질환이 성대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경우를 말한다. 김 교수는 “특히 음성장애의 가장 흔한 유발 요인 중 하나가 흡연”이라며 “담배 연기는 성대 점막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고 염증을 유발한다. 장기적으로는 성대 조직의 변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주 역시 성대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손상을 유발한다.
위식도 역류 질환도 원인의 하나다. 위산이 목으로 역류해 성대를 자극하면 만성 염증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이때는 단순한 쉰 목소리가 아니라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고음이 잘 나오지 않는 등 미묘한 음성 변화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2. 치료엔 목소리 재활이 핵심
음성장애 치료는 대부분 약물치료와 함께 음성 치료를 병행한다. 음성 치료는 전문 치료사가 올바른 발성법을 교육하고, 성대에 무리를 주는 습관을 교정하는 과정이다. 김 교수는 “음성장애는 생활습관과 발성 습관을 함께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구조적인 병변이 발견되면 내시경을 이용한 미세후두수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성대마비나 연축성 발성장애가 있을 경우 보톡스 주사나 성대주입술 같은 치료를 한다.
3. 식사 후 바로 눕지 않아야
음성장애 예방에는 목에 무리를 주지 않는 생활습관 실천이 먼저다. 금연·금주는 기본이다. 흡연은 수년 뒤에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방치되기 쉽다. 식사 후 바로 눕지 않고, 매운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도 성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된다.
발성 습관도 점검해보자. 너무 큰 소리나 고음으로 이야기하는 습관은 성대에 큰 부담이 된다. 복식호흡을 활용하고, 평소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 성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음성장애는 흔히 지나치기 쉽지만 직업적·사회적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예방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며 “목소리에 이상을 느꼈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건강한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이라고 조언했다.
◆음성장애 주요 증상
·목소리가 거칠고 쉰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고음이 나오지 않거나 음역대 변화가 있는 경우
·조금만 말해도 목이 피로하고 통증이 생기는 경우
·말하는 중간에 소리가 끊기거나 힘없이 나오는 경우
·목소리가 떨리거나 일정하지 않은 경우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