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혜병원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의 치료법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인 증상
허리 펴고 걸으면 통증 극심해져
좁아진 신경 통로 확장하면 도움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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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야외 활동을 즐기던 박모(75)씨는 최근 몇 달간 외출 빈도를 확 줄였다. 툭하면 찾아오는 허리 통증 탓이다. 걸음을 떼면 100m도 가지 않아 다리까지 찌릿한 통증이 번졌다. 길가에 쪼그려 앉아 허리를 굽히고 다리를 주무르면 증상이 사그라들다가도 다시 걸음을 옮기면 어김없이 통증이 몰려왔다. 결국 박씨는 병원을 찾았고, 정밀 검사 결과 척추관협착증에 의한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으로 진단받았다.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은 척추관협착증의 대표적 증상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과 추간공이 노화 등으로 좁아져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 생기면 걸을 때마다 특정 신경이 눌리면서 엉덩이에서 허벅지, 종아리로 찌릿한 통증과 저림이 이어진다. 자연스럽게 보행이 힘들어지고 자꾸만 걷다 멈추게 된다.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의 특징은 명칭에서도 잘 드러난다. 걷다가 잠시 쉬면 통증이 금세 가라앉지만 다시 걸으면 어김없이 증상이 반복돼 ‘간헐적’이라는 말이 붙었고, 통증을 피하려다 걷는 자세가 팔(八)자 형태로 틀어지며 보행이 불안정해져 ‘파행’(절뚝거리며 걸음)이라는 단어가 더해졌다.

특히 통증과 저림 증상은 척추를 곧게 세운 채 걷거나 오래 서 있을 때 극심해진다. 허리를 꼿꼿하게 펴면 척추 구조상 신경 통로가 더욱 좁아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허리를 굽히면 공간 확보로 신경 압박이 줄어들고 통증도 일시적으로 완화된다. 환자들이 본능적으로 허리를 굽히거나 쪼그려 앉아 통증을 줄인 뒤 다시 걷는 이유다.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은 “다만 이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척추관협착증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혈관 질환이 있을 때도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경 압박이 원인이라는 명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영상, 신경학적 검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신경 통로 넓힌 뒤 염증 유발 물질 빼내

정밀 검사 결과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이라 진단되면 추간공확장술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 추간공확장술은 쉽게 말해 좁아진 신경 통로를 확장하는 공사다. 추간공 내·외 측의 인대를 부분 절제해 공간을 넓히는 기계적 치료를 시행한 다음, 확보된 공간을 통해 신경 주변에 고여 있던 염증 유발 물질을 빼내는 방법이다.

이 과정은 모두 최소침습으로 진행된다. 조직 절제도 일부 인대에만 국한돼 근육 손실이나 흉터 부담이 적다. 덕분에 고령자나 기저 질환을 지닌 환자도 비교적 안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추간공확장술은 혈류 개선에도 도움을 줘 시술 후 발 시림 증상도 완화된다. 그동안 발이 시려 밤에 양말을 신고 자던 환자도 추간공확장술 이후에는 양말 없이 따뜻한 발로 잠들 수 있다며 기뻐한다. 박 원장은 “간혹 신경인성 간헐적 파행을 단순한 노화 증상으로 생각해 방치하는 노년층이 있다”며 “이는 신경 손상을 만성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근 들어 쉬지 않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지고 절뚝거리며 걷게 됐다면 서둘러 검사해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치료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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