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기침 대처

가벼운 감기라 생각했던 기침이 두 달을 넘겼다.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고, 새벽이면 더 심해진다. 때로는 목소리가 쉬기도 한다. 버티다 보면 지나가겠지 싶은데 그럴수록 몸은 더 지친다. 의학적으로는 8주 이상 이어지는 기침을 ‘만성 기침’이라 부른다.
기침은 호흡기를 지키는 기본적인 방어기제다. 먼지가 들어오거나 점액이 쌓였을 때 기침을 해서 밀어낸다. 감기나 독감으로 인한 기침은 대부분 일주일 안팎으로 사라진다. 열흘을 넘겨도 점점 나아지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침이 계속되면, 그 안에 다른 원인을 살펴야 한다.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문지용 교수는 “숨이 차거나 피 섞인 가래가 동반된다면 미루지 말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 기침의 흔한 원인은 천식이다. 기침만 나타나는 ‘기침형 천식’은 숨이 차지 않더라도 기관지 안쪽에 염증이 생겨 새벽마다 기침을 유발한다. 운동하고 난 뒤 갑자기 기침이 터지는 경우도 많다.
다음으로 위식도 역류 질환이다. 위산이 식도 위로 올라오면서 인후두를 자극해 기침을 유발한다. 속이 쓰리거나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이 경우엔 호흡기 약이 아니라 위산 억제제가 필요하다. 상기도기침증후군도 있다. 흔히 ‘후비루’로 부른다. 콧물이나 분비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서 목을 간지럽히고 기침을 만든다. 비염이나 부비동염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외에도 혈압약 중 일부 성분, 흡연, 미세먼지 노출, 간질성 폐 질환, 폐결핵, 폐암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고령자나 흡연자는 만성 기침의 원인으로 폐암을 배제해선 안 된다. 기침형 천식은 흡입형 스테로이드와 기관지 확장제를 함께 써야 한다. 위산이 올라오는 경우엔 식습관을 조절하고 위산 억제제를 써야 효과가 있다. 후비루 증후군은 비염 치료와 비강 세척, 항히스타민제가 필요하다.
때로는 증상이 불분명해 치료 반응을 보며 진단을 유추하기도 한다. 문 교수는 “환자들은 빨리 기침을 멈추고 싶어 하지만 의사는 원인을 먼저 찾아야 하므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단계적으로 접근하며 치료 방향을 함께 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성 기침을 예방하려면 첫 번째는 금연이다. 모든 호흡기 질환에서 가장 기본적인 수칙이다. 미세먼지나 황사가 많은 날은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엔 반드시 KF94 이상 마스크를 써야 한다. 실내 공기 질을 위해 환기와 공기청정기 사용도 도움이 된다. 수분을 충분히 마시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규칙적인 수면과 스트레스 조절도 면역 유지에 중요하다. 비염이 있는 사람은 침구를 자주 세탁하고, 곰팡이나 진드기 등 알레르기 유발 환경을 차단해야 한다.
◇이런 증상 동반 시 병원으로
-피 섞인 가래가 나온다.
-숨이 차다.
-체중이 이유 없이 빠진다.
-기침이 갈수록 심해진다.
-목소리가 변했다.
-열이 계속 난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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