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검사로 조기 진단하고, 남성 호르몬 차단해 치료

평소처럼 소변을 보는데 예전 같지 않다. 줄기가 약해지고, 끝나도 개운치 않다. '나이 들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겨왔는데 병원에서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다.
"전립샘암일 수 있습니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하유신 교수는 “전립샘암 환자의 상당수는 처음 진단받을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래서 병명 앞에서도 어리둥절해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소리 없이 자라나서 조기 발견의 기회를 놓치기 쉬운 암이다.
전립샘은 크게 두 가지 일을 한다. 첫째로 소변이 지나가는 통로인 전립샘 요도를 형성한다. 둘째로 정자의 영양을 책임지는 정액을 만든다. 안쪽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어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하유신 교수의 도움말로 전립샘암과 최신 치료에 관한 핵심 정보를 정리했다.
1. 피검사와 MRI로 진단 정확도 높여
전립샘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단서는 PSA(전립샘 특이 항원) 수치다. 일반 병원에서 이 수치가 높게 나오면 보다 정밀한 검사를 받게 된다. 예전에는 바로 조직검사로 넘어갔지만 조직 검사는 바늘을 찌르는 방식이라 통증과 불편이 따랐다.
요즘은 이야기가 다르다. MRI를 먼저 찍고, 암이 의심되는 부위를 미리 확인한 뒤 필요한 곳만 골라 조직검사를 한다. 하 교수는 “이와 관련한 주제로 연구했더니 MRI를 통해 조직검사를 아예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90%까지도 나왔다. 조직 검사의 정확도는 50%까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2. 요실금, 성기능 저하 최소화가 관건
전립샘암 치료는 수술과 약물로 나뉜다. 암이 전립샘 안에만 머물러 있다면 수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암이 다른 장기로 퍼졌다면 약물치료가 주가 된다. 특히 고령 환자의 경우 나이 때문에 굳이 수술해야 하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하 교수는 “75세 이상에서도 수술 치료가 생존율을 높이는 데 분명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나이보다 암의 범위와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전립샘암 수술은 단순히 암 덩어리만 떼어내는 게 아니다. 요실금, 성 기능 저하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제거할 것과 남길 것을 정밀하게 구분해야 한다. 하 교수는 "요도를 조이는 조임근(괄약근) 조직은 전립샘과 바로 붙어 있기 때문에 잘 보존하지 않으면 수술 후 소변을 참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이 때문에 정밀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 수술이 점점 더 널리 쓰인다"고 말했다.
3. 남성 호르몬 차단해 치료, 최신 표적은 비용 부담 커
암이 전이되면 수술보다 약물치료가 주다. 전립샘암은 남성 호르몬, 특히 테스토스테론이 암세포의 성장을 부추긴다. 그래서 치료의 핵심은 이 호르몬을 잠재우는 것이다. 호르몬 차단 치료는 테스토스테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막거나 이미 만들어진 호르몬이 암세포에 달라붙지 못하게 막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엔 여기에 더해 표적 치료제나 루테시움이라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제도 시도되고 있다. 숨어 있는 적까지 정밀하게 겨냥하는 셈이다. 하 교수는 "다만 이들 최신 치료제는 아직 국내에선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비용 부담이 크다. 치료의 진보가 곧바로 모든 환자에게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닌 현실로, 선택의 폭이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