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100대 궁금증] 구강건조증

물 한 모금조차 삼키기 힘들 만큼 입안이 바짝 마르고, 말할 때마다 입술이 붙는 느낌이 든다면 침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신호입니다. 침은 하루 1.5~2L가량 분비되는 몸의 방어선 역할을 하는 생리액입니다.
입안을 흐르는 작은 시냇물인 침 속에는 소화를 돕는 효소가 들어있습니다. 충치를 억제하는 항균 물질, 음식의 산성도를 중화시키는 완충물질, 미각을 살리는 아연 성분도 있습니다. 입안이 항상 상쾌하고 상처 없이 유지되고 충치가 쉽게 생기지 않으며 신 음식을 먹어도 치아가 상하지 않는 이유는 모두 이 침 덕분입니다.
그런데 노인 3명 중 1명은 구강건조증으로 고생합니다. 나이가 많아서 생기는 것만은 아닙니다. 건강한 노인의 침 분비량은 젊은 사람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구강건조증의 가장 큰 원인은 ‘약물’입니다. 특히 우울증 치료제, 수면제, 진정제와 같은 정신과 관련 일부 약물은 침 분비를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항히스타민제, 고혈압약, 항암 방사선 치료 등도 침샘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면역계 이상으로 생기는 쇼그렌증후군 역시 원인의 하나입니다.
침이 줄어들면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말할 때 혀가 입천장에 붙는 느낌이 나며 ▶입안이 화끈거리고 ▶음식 맛이 잘 느껴지지 않으며 ▶입 냄새가 자주 날 뿐 아니라 ▶혀에 흰 백태가 끼고 충치·염증이 잘 생기며 ▶틀니 착용이 어려워지고, 입 안이 자주 헐기도 합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미 타액 분비량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입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구강건조증이 꽤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습니다.

구강건조증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노인성 폐렴이라는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져 문제입니다. 침의 항균 기능이 약해지면 입안 세균이 증식하고, 그 세균이 기도를 타고 폐로 들어가면 폐렴을 유발합니다. 노인의 사망 원인 중 폐렴은 6위이며 예방 가능한 사망 원인 1위이기도 합니다.
구강 건강은 곧 전신 건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구강건조증을 예방하려면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의 부작용을 점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약물이 원인이면 의사와 상담해 변경하거나 용량 조절이 필요합니다.
생활습관 개선도 챙기는 게 좋습니다. 무설탕 껌을 5~10분 정도 씹는 것이 침 분비에 도움이 됩니다. 신맛이 강한 음식은 침샘 자극에 좋습니다. 다만 충치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수분 섭취를 늘리고, 가습기나 입술 보습제를 활용해 입안을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세요. 특히 아침 식사는 침 분비를 자극하기 때문에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