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측정만으론 부족, 장기적인 혈압 관리 필수

“혈압이 높다고 당장 큰일 나는 건 아니잖아요.“

혈압을 단순한 숫자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혈압은 하루에도 수차례 오르내린다. 아침에 높았다가 낮에 내려가고, 저녁에는 다시 오르기도 한다. ‘가면고혈압(병원에서는 정상인데 실제로는 높은 혈압)’과 ‘백의고혈압(병원에서는 높지만 일상에서는 정상)’ 같은 변동성도 존재한다. 마치 금융시장의 흐름과 같다. 하루 주가만으로 투자 성패를 논할 수 없듯, 혈압도 단 한 번의 수치 측정으로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 없다. 순간의 측정값만 믿고 안심하면 안 되는 이유다.

고혈압은 ‘저승사자의 경고’로도 불린다. 예고 없이 찾아와 건강에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큰 혈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건강을 잃는 건 시간 문제다. 전문가들은 연속 혈압 모니터링(ABPM)이나 반지형 혈압계 등 스마트 헬스케어 기기를 활용해 하루 동안의 혈압 변화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정확한 관리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최성훈 교수는 “일정 시간마다 연속적으로 혈압을 측정하면 단순한 순간 측정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혈압 변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며 “연속 혈압 모니터링을 통해 뇌졸중, 뇌출혈, 심근경색 등 고위험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장기적인 혈압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시간이 지나며 건강을 갉아먹는 만성적인 문제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심장과 혈관 손상이 이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오랜 기간 혈압 관리를 소홀히 한 결과로 뇌졸중·심근경색·신부전과 같은 질환이 나타나는 것. 따라서 혈압 관리는 단기적인 대책이 아라 평생 지속해야 할 건강 습관으로 인식해야 한다. 혈압을 낮추는 약물 복용과 함께 ▶저염 식단 ▶규칙적인 운동 ▶체중 감량 ▶금연·절주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효과적이다.

환자별 맞춤형 혈압 관리 가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최근엔 동네 병의원에서도 연속 혈압 모니터링을 처방받아 1일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1회 측정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는 다르다. 커프 형식이 아닌 반지를 착용하는 것만으로 하루 동안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 환자의 편의성은 높아지고, 의료진은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혈압을 분석할 수 있다. 환자별 맞춤형 혈압 관리가 가능해진 셈이다. 

혈압은 하루 이틀 관리한다고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다. ‘그때 가서 관리하면 된다’고 방심하는 순간 혈압은 점점 더 높아지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당장 문제가 없더라도 혈압을 수시로 확인하며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압을 꾸준히 관리하는 게 저승사자의 경고를 피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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