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픽]〈161〉 고령층 심부전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심부전으로 진단 받은 70대 초반 남성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숨을 쉬기 힘들고 가슴 두근거림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다가 심부전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입원해 주사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안정돼 퇴원한 상태입니다. 나이가 들어 속이 더부룩하고 입맛이 없으며 몸이 피곤해 피로회복제를 달고 살았는데, 그게 심부전 증상이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겨울에 독감에 걸렸다가 잠을 자기 어려울 정도로 기침이 나오고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 재입원했습니다. 혈압이 떨어지고 신기능도 떨어져 몇몇 심부전 치료제는 투약이 어려워 중단했습니다. 현재 몸 상태가 안정돼 퇴원했지만, 여전히 심부전 1차 치료제를 모두 쓰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 또 다시 호흡곤란이 올까 두려운 마음이 큽니다. 이 경우에는 더 이상 치료법은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심장내과 김형섭 교수의 조언

심부전은 인구 고령화로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질환입니다. 고혈압, 관상동맥 질환 등 여러 심혈관 질환이 진행하면서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점진적으로 약해집니다. 주로 고령에서 많이 발병하기 때문에 호흡곤란, 하지부종, 소화불량, 전신 피로, 운동 기능 저하 등 심부전 의심 증상이 나타나도 노화의 일부로 생각해 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행성 질환인 심부전은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발견하거나 사소한 증상으로 병의원을 찾았다가 진단됩니다. 심장에 이상이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뒤늦게 중증 심부전 상태에서 진단받습니다. 심부전인 상태로 오래 지내면 위장관계에 혈액이 저류돼 소화가 안되거나 밥맛이 없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질문자처럼 호흡곤란, 소화불량 등 심부전 증상이 악화해 응급실에서 진단되기도 합니다. 어느 질환이나 마찬가지로 심부전도 발견이 늦을수록 심장 기능이 더 나빠지고 예후가 불량합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출처 Gettyimagesbank

완치가 어려운 심부전은 입퇴원을 반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증상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해도 심부전으로 약해진 심장의 펌프 기능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합니다. 다시 심장 상태가 나빠져 또 입원하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이렇게 심부전으로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심장 기능은 점점 더 약해집니다. 심부전은 입원할 때마다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실제 심장 박출률이 떨어진 심부전 환자 4명 중 1명은 퇴원 후 한 달 이내 증상 악화로 재입원하는데, 이 경우 심부전으로 입원한 적이 없는 안정 상태의 외래 환자보다 입원 혹은 사망 위험이 4배가량 높아집니다. 고령층에서 심부전은 암만큼이나 치명적입니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심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66%로, 주요 암 환자 5년 생존율(72.1%)보다 낮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심부전은 갑자기 전신 상태가 나빠져 재입원을 반복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부전 치료 역시 안정적인 증상 관리에 초점을 둡니다. 심부전 진료지침에서도 심부전으로 인한 증상 악화 요인을 관리할 것을 강조합니다. 최신 심부전 진료지침에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는 4종류의 심부전 치료제에 호흡곤란 등으로 숨이 차는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이뇨제를 병용하는 것을 1차 표준 치료로 권합니다. 

그런데 임상 현장에는 혈압이 떨어지고 신 기능이 저하돼 전신 상태가 나쁘다, 약제 부작용이 있다, 약물치료 적응에 힘들어한다 등 여러 이유로 심부전 1차 표준 치료를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또 1차 표준 치료에도 불구하고 심부전 악화가 발생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심부전 2차 치료제 투약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때 주목하는 것이 심장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작용기전으로 심장의 수축력을 회복해 심부전 악화에 따른 입원 위험을 줄여주는 새로운 심부전 치료제(베리시구앗)입니다. 베리시구앗의 국내 허가 임상인 VITORIA 연구를 살펴보면, 심부전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재입원이 줄었습니다. 하위 추가 분석에서는 심부전 바이오마커(NT-proBNP) 혈액검사 수치가 8000 pg/mL이하의 환자에서 심혈관계 사망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부전 1차 표준 치료제 사용이 어렵거나 제한적일 때 베리구시앗을 2차 치료제로 사용하면 심부전 증상이 호전돼 다시 1차 표준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효과는 베리시구앗이 혈압 저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심혈관 기능을 높여주는 기전을 가지고 있어서로 추측됩니다. 최근 대한심부전학회에서 심부전 입원 치료 후 퇴원할 때 챙겨야 할 중요 체크리스트 약제로 추가하기도 했습니다. 

심부전 1차 표준 치료제를 모두 사용하지 않아 불안하다면 심장내과 전문의와 상담하길 권합니다. 치료 편의성도 높습니다. 베리구시앗은 심부전 외래 치료 때 정맥용 이뇨제를 투여한 날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심부전 치료를 위해 반드시 입원해야 한다는 인식을 깨뜨렸습니다. 

심부전은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라 긴 치료 과정이 힘들거나 지칠 수 있습니다. 특히 입·퇴원을 반복하다 보면 전반적인 신체 여건이 떨어지고 경제적, 심리적 부담 역시 커집니다. 치료 의지도 점점 약해지는 것을 봅니다. 하지만 심부전 치료 분야는 새로운 약제가 지속해서 나오면서 점점 발전하고 있습니다. 희망을 잃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하길 바랍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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