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생 원인 다양하고 초기 증상 거의 없어

대장암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다.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전체 암 발생자 중 11.8%를 차지한다. 나이가 들어 자주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젊은 층의 대장암 발생률도 늘고 있다. 식생활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위험 원인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전 성인 연령층에서 대장암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장암은 증상만으로는 조기 발견하기 어렵다. 어느 정도 진행되기 전까진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기적인 검진과 건강한 식습관 유지가 중요하다. 대장암이 진행했을 땐 설사 또는 변비와 같은 배변 습관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으며, 혈변을 보기도 한다. 지속적인 복부 불편감이나 배변 후에도 변이 남아있는 느낌을 느끼기도 한다. 메스꺼움과 구토, 만성 피로감, 체중 감소 등도 대장암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는 치질이나 염증성 장 질환과 같은 다른 상태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장암 발생률 높지만 사망률 낮아
대장암의 원인은 다양하다. 특정한 이유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유전적 소인부터 가공육과 절제되지 않은 식습관, 흡연, 비만, 스트레스 등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이 대장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젊은 층의 대장암 발생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이유는 빠르게 증가하는 비만 인구와 서구화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젊은 나이부터 대장내시경 검사(건강검진)를 시행해 일찍 대장암을 진단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측면도 있다.
다행스러운 건 국내 대장암 발생률이 높지만, 사망률은 낮다는 점이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치료법의 고도화로 인한 결과다. 국내 대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21년 기준 74.6%로 보고됐다. 조기에 발견할 경우 90% 이상, 3기 이상의 대장암도 80% 이상의 생존율을 보인다.
4기여도 수술 가능하면 치료길 열려
대장암은 주로 점막에서 시작해 점차 장벽 깊은 층으로 침범한다. 암이 점막에 국한된 초기라면 대부분 내시경을 이용한 절제술만으로도 완치할 수 있다. 하지만 점막하층 이상을 침범하거나 수술 이후에도 조직검사상 위험 요소를 동반한 2기 암부터는 항암 치료를 병행해 치료한다. 직장암의 경우 추가적으로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암 4기는 말기를 가리킨다. 대장암은 4기가 꼭 말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타 장기에 전이가 있어도 절제할 수만 있다면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발해서도 마찬가지다. 수술로 제거할 수 있으면 치료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이 다른 암과는 다른 대장암의 특징이다.
표적치료제도 대장암 생존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단순히 전이암, 재발암 환자의 일부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했던 4기 대장암 환자도 표적치료제로 인해 수술을 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늘며 완치율을 높이고 있다. 또한 로봇 수술이 확대됨에 따라 수술 합병증이 줄고, 환자의 삶의 질도 향상되고 있다.
대장암 치료에선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 내과와 외과를 포함한 여러 임상과 의료진이 모여 최적의 치료와 수술 타이밍을 찾고 결정해야 한다. 환자의 의지도 중요하다.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민병욱 교수는 “구로병원에선 5년 생존율이 3기 87%, 4기 45%에 이를 정도로 높다”며 “대장암이 재발해도 다학제적 진료를 통해 적극적으로 항암 치료와 반복적인 수술을 진행하며 장기간 생존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족력 있으면 조기 검진 필수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대장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장암 호발 연령은 60대지만, 대장암의 씨앗이라 할 수 있는 선종의 호발 연령은 50대다. 따라서 50세 이상 성인은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 5년에 1회 이상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염증성 장질환 병력이 있거나 1㎝ 이상 용종이 있던 경우, 다발성 용종이 있는 경우에는 1~3년마다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부모가 대장암이었다면 자녀도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3~4배, 형제간에는 7배까지 걸릴 위험이 높다고 보고된다. 가족 중 대장암 환자가 있을 경우 조기 검진을 통해 면밀하게 대비해야 한다. 예방을 위해선 금연과 절주가 필수적이다. 가공육 대신 식이섬유를 섭취하는 등 식생활 개선과 함께 적절한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이롭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