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염식 필수, 과일·약물은 전문의와 논의 후 섭취

신장(콩팥)은 부지런한 신체 장기다. 체중의 0.5%에 불과하지만, 우리 몸의 노폐물을 여과하고 혈압 조절 등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사력을 다한다. 이러한 신장이 손상돼 만성신부전(만성콩팥병)이 발생하면 신(腎) 대체 요법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사구체여과율에 따라 투석(透析) 치료 혹은 콩팥이식 등이 필요하다.

한번 나빠진 신장은 건강을 되찾기 어렵다. 만성신부전이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최선이다. 기저질환(고혈압·비만 등) 관리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양 관리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장내과 김지은 교수의 도움말로 만성신부전 환자의 영양 관리에 대해 알아봤다. 

저염식, 만성콩팥병 관리의 시작 

만성신부전 환자는 혈압 상승과 부종의 위험성이 높다. 신장 기능 저하로 나트륨 배출이 어려워서다. 만약 만성신부전으로 진단 받았다면 치료와 동시에 저염식을 시작해야 한다. 저염식의 핵심은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이다. 생활 속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가공식품과 인스턴트 음식은 최대한 피하고, 신선한 재료를 활용해 천연 양념으로 간을 조절한다. 식품을 고를 땐 나트륨량을 확인하고, 외식해야 할 땐 저염 메뉴를 선택한다. 

저염식은 신장 기능(기수)에 따라 달리 적용돼야 한다. 1·2기(신장 기능 60% 이상)에서는 하루 2300mg 이하의 나트륨 섭취를 권장한다. 3·4기(신장 기능 60% 이하)부터는 나트륨 섭취를 1500mg 이하로 줄인다. 국물 섭취를 제한하며 저염 조리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5기(신장 기능 15% 미만)에서는 1000mg 이하로 더욱 엄격한 제한이 필요하다. 수분 조절과 맞춤형 식단 관리가 필수적이다. 환자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의 상담을 거쳐 저염식 방향을 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백질 섭취, 무조건 독 아냐

만성신부전 환자는 식이·운동·약물요법을 통한 철저히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단백질 섭취도 신경 써야 할 요소 중 하나다. 신장 기능이 정상보다 떨어진 환자가 단백질을 과하게 섭취하면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요독(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노폐물이 체내에 쌓이는 질환)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단백질이 갖고 있는 질소화합물을 포함한 유기산이 모두 신장에서 배출되면서 나타나는 결과다. 

국제신장학회는 만성신부전 환자의 1일 단백질 섭취량 기준을 체중 1kg당 0.8g으로 권고한다. 체중이 60kg인 환자라면 하루에 약 48g의 단백질 섭취가 가능하다. 만성신부전 환자는 일반인보다 단백질 섭취가 제한되기 때문에 식이섬유 등 다른 영양소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드시 전문의와 식이요법을 상담한 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과일도 성분 확인 후 섭취해야

과일 섭취도 유의해야 한다. 과일에는 나트륨·칼륨·인 등 다양한 성분이 함유돼 있다. 특히 과일에 포함된 칼륨이 체내에 축적될 경우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칼륨 과일인 바나나, 오렌지, 자두, 감 등의 섭취는 제한해야 한다. 대신 저칼륨 과일인 사과, 배, 포도, 복숭아 등을 적당히 섭취한다. 만성신부전 환자라면 과일도 성분을 확인한 뒤 섭취하는 게 이롭다.  

과일의 당분 함량도 고려 대상이다. 만성신부전 환자는 당뇨병과 같은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어 당분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 과일은 신선한 상태 그대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주스 형태로 섭취하면 당분이 농축돼 혈당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과일은 하루 섭취량을 조절하고, 다양한 종류를 섞어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성신부전 환자는 약 복용도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복용하는 모든 약제는 간이나 신장에서 대사가 이뤄진다. 신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약을 복용할 경우 대사가 안 되고 체내에 쌓일 위험이 크다. 결국 약에 대한 부작용이 일반인보다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신부전 치료제 외에도 진통제 등 다른 약물 복용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 여부와 용량 등을 결정해야 한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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