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 한국인에서 치료 효과 우수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소화액인 담즙이 이동하는 통로인 담도와 담즙을 저장하는 주머니인 담낭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대개 소화가 잘 안 되고 배가 아프며 속이 더부룩한 소화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담도암으로 진단받는다. 담도암으로 진단받는 환자 10명 중 7~8명은 암세포가 전이된 진행 병기에서 뒤늦게 발견한다는 보고도 있다. 담도암을 침묵의 암으로 부르는 이유다. 최근 별세한 가수 송대관도 담도암으로 투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담도암 사망률 1위 국가다. 세계 담도암의 날(매년 2월 셋째 주 목요일)을 계기로 국내 담도암 치료 현실을 짚어봤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담도암은 암세포가 담도를 따라 여러 갈래로 자라고 해부학적으로 간·십이지장·췌장 등으로 둘러쌓여 있어 초음파 등 진단 기기로 초기에 암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다. 자각 증상 역시 황달, 복통, 소화불량, 체중 감소, 식욕부진 등으로 비특이적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다음에 나타난다. 담도암으로 진단받는 환자 상당수는 원격 전이로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 병기에서 확진된다. 그렇다 보니 국내 담도암 5년 상대 생존율은 29%로 췌장암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담도암 환자의 기대 수명 역시 7개월에 불과하다.

암 치료 강국인 한국에서 담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 개선이 더딘 편이다. 국내 10대 암 중에서 담도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29.4%로, 1993~1995년부터 계속해서 3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당시 담도암보다 더 낮은 생존율을 보였던 폐암·간암은 40%대 전후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다. 표적·면역 항암제 등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한 치료제가 임상 현장에 쓰이면서 생긴 변화다.
담도암 치료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특히 한국인 의료진이 주도적으로 담도암 분야에서 글로벌 최초로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병용요법을 제시하면서 장기 생존 가능성을 입증하는 등 예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병용 치료는 기존 화학 항암 치료와 비교해 담도암에서 전체 생존율(OS), 무진행 생존 기간(PFS), 객관적 반응률(ORR) 등 주요 평가 지표를 모두 개선했다는 점을 유일하게 입증했다. 이후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는 글로벌 1차 표준 치료 가이드라인으로 자리잡았다.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병용 요법은 기존 표준 치료와 비교한 임상 연구에서 치료 2년 시점에 전체 생존율을 2배 이상 끌어올렸다. 지난해 발표된 3상 확장 연구에서는 치료 3년 시점에서 전체 생존율 차이가 여전히 2배 이상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면역항암제의 장점인 장기간 생존을 보이는 현상인 롱테일 효과(Long-tail effect)를 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장기 생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병용 요법의 치료 효과는 한국인에서 더 강력하다. 최근 대한종양내과학회(KSMO)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한국인 담도암 환자의 평균생존기간과 3년 생존율이 기존 글로벌 임상 연구결과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가 한국인 담도암 환자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 한국인에게 더 효과적인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는 오히려 한국에서 쓰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건강보험 급여로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가 적용되지 않아서다. 급여권 밖 고가의 약제라 경제적 부담이 크다 보니 선뜻 치료를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예후가 불량했던 간암·폐암은 여러 신약이 급여화되면서 생존율이 개선됐지만 담도암은 신약 도입이 지지부진하다. 담도암 환자가 소외감을 느끼는 이유다.
더발루맙은 한국에서 2022년 11월 담도암 치료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았다. 이후 2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급여 적용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지난해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돼 급여화 과정의 첫 문턱을 넘었지만 경제성 평가, 약값 협상 등 넘어야 할 과정이 많다. 특히 경제성평가 때 비교 약제가 13년 전 약과 비교해 비용효과성 평가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호주는 더발루맙 허가 1년 이내 급여가 이뤄졌다. 영국도 담도암의 낮은 생존율을 고려해 비용 효과 기준을 완화하면서 신속한 급여 적용을 결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싱가포르에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보험체계를 갖춘 대만도 이달 급여를 인정받았다.
한국 의료진이 개발에 앞장서고 한국인에서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보인 담도암 면역항암제 병용 치료는 담도암 치료 환경을 개선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더이상 담도암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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