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픽]〈153〉심근경색 재발 막으려면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50대 중반인 남편이 지난 해 한 차례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응급 스텐트 시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남편이 밤새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면서 쓰러졌는데 생각만 해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퇴원 후 정기적으로 병원을 오가며 약을 먹으면서 치료 중입니다. 그런데 최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목표만큼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추가 치료로 주사제 병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남편은 이미 약물치료도 꾸준히 잘 받고 매일 헬스장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운동하고 기름진 고기를 자제하는 등 식단도 관리하는데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나와 걱정되지만, 추가 주사제 병용 치료가 꼭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부산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최정천 교수의 조언

심근경색증 같은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ASCVD)을 한 차례 경험했다면 심근경색 재발 위험을 높이는 LDL 콜레스테롤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들 질환은 재발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집니다.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졌을 때 추가적인 치료를 권하는 이유입니다. 심장 돌연사의 주범으로 알려진 심근경색은 첫 발생 시 사망률이 20~30% 수준으로 높은 편인데, 재발하면 사망률이 68~85%까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사실 LDL콜레스테롤은 관리가 까다로운 혈관 건강 지표입니다. 심근경색을 한 차례 경험한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심근경색 재발을 막기 위해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를 일반인보다 낮은 수준으로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LDL 콜레스테롤이 낮을수록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초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LDL 콜레스테롤 관리는 글로벌 진료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유럽심장학회(ESC)·유럽동맥경화학회(EAS)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2019)에서는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기병력을 가진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고, 동시에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2022년 미국심장학회(ACC) 전문가 합의문에서는 고위험군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LDL 콜레스테롤 목표를 55mg/dL 미만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역시 이상지질혈증 진료지침(2022)에서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초고위험군으로 보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55mg/dL 미만으로 낮추고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하도록 권고합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심뇌혈관 질환 발생 통계에서 2022년 기준으로 심근경색 발생건수가 3만4969건으로 10년 전인 2012년(2만 3509건)보다 약 1.4배 증가했다는 사실입니다. 심근경색 첫 발생은 물론이고 재발생이 모두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심근경색 재발 증가율이 119%로 높습니다. 심근경색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LDL 콜레스테롤 관리를 강조하는 배경입니다. 안타깝게도 심근경색증 등으로 LDL 콜레스테롤 관리가 중요한 국내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 환자 4명중 3명은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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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심근경색증으로 스텐트 시술을 받았다면 철저한 LDL 콜레스테롤 관리가 필수입니다. 핵심은 정기적인 병원 검진을 통해 현재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하고 치료 목표 수준으로 조절하는 것입니다. 특히 치료 1~2개월 내 LDL 콜레스테롤이 치료 목표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면 다음 단계 치료를 시행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지난해 대한심장학회 산하 심근경색연구회에서 제시한 급성관상동맥증후군 관련 약물치료 지침입니다. 또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효과적으로 낮추기 위해 추가적으로 PCSK9 억제제 등을 병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를 포함해 글로벌 주요 학회에서 진료지침을 통해 죽상경화성 심혈관계 질환 환자에서 최대 가용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병용해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목표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PCSK9 억제제를 병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심혈관 질환 예방에 대한 근거가 있는 약물을 고려해 볼 수 있는데 2022년 미국심장학회(ACC) 전문가 합의문에선 임상 결과에서 입증된 안전성, 효용성 및 심혈관계 혜택(cardiovascular outcomes benefits)을 고려할 때 초기 PCSK9 억제제로 PCSK9 mAb(단일클론항체)가 선호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PCSK9 억제제 중 단일클론항체 기반 치료제로 에볼로쿠맙(evolocumab) 등이 승인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에볼로쿠맙은 여러 연구를 통해 강력한 LDL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통해 심혈관계 위험 감소 혜택과 안전성을 확인했습니다. 치료 편의성도 우수한 편입니다. 환자 상태에 따라 2~4주마다 한 번씩 환자가 펜 형태의 주사제를 투여 부위에 대고 버튼을 누르면서 자가 주사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관상동맥 질환자는 일반인보다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 기준이 엄격합니다. 또 각자 상태를 고려해 목표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맞춰 최대한 빠르게 낮추고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정기적으로 병의원을 방문해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모니터링하고 담당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 전략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한 차례 심근경색을 경험한 초고위험군은 운동, 식습관만으로는 LDL 콜레스테롤을 치료 목표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장기 효과, 안전성 등을 확인한 단일클론항체 기반의 PCSK9 억제제 등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치료 옵션을 고려해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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