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인자 살피고 수시로 자가 진단하면 도움

치매는 서서히 자신의 일부를 잃어가는 병이다. 환자의 삶의 질을 훼손할 뿐더러 가족과 주변인에게도 경제적,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퇴행성 뇌 질환인 만큼 나이가 들수록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질환 중 하나다. 9월 21일 세계 치매의 날을 앞두고 치매의 주요 증상과 적절한 대처법을 살펴본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3'에 따르면 올해 추정 치매 환자 수는 약 100만 명이다. 2040년엔 약 226만 명, 2060년에는 약 3039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엔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천힘찬종합병원 신경과 박정훈 센터장은 “치매는 초기에 건망증과 증상이 크게 차이나지 않아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데다 부정적 인식 때문에 증상을 외면하고 회피하다가 병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평소와 다른 행동을 반복하는지 잘 살펴야
치매에 걸리면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 뇌 손상으로 언어, 기억, 학습, 판단 등 여러 영역의 인지 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가 대표적이며, 젊은 연령대의 경우 교통사고 등으로 두부 외상을 입은 후 초로성 치매가 생기기도 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력 저하다. 자칫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기억력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것 외에도 기분과 성격, 행동까지 영향을 준다. 특히 노년층 치매 환자라면 운동 기능이 저하돼 낙상과 같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박 센터장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겪는 초로기 치매는 생산 활동을 수행하는 연령대에 증상이 나타나 피부양자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또 노년기 치매보다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해 환자 스스로나 가족이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치매는 예방이 최선이다.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질환을 알아채기 쉽지 않지만, 가족과 주변인이 관심을 갖고 환자의 일상생활을 살피면 어느 정도 의심 증상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치매의 대표적 증상인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는지 살펴본다. 또 부모님이 만든 음식 맛이 갑자기 변했다면 초기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다. 치매로 후각과 미각이 떨어지면 음식 간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 집안일이 서툴러지거나 낮잠이 많아지는 경우, 예전과 달리 참을성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내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도 초기 치매를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이다.
치매가 의심된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박 센터장은 “만약 경도인지장애나 치매로 판정된다면 환자 개인의 치료와는 별도로 가족 간 적극적인 소통과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 가족 모여 게임,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
치매 예방을 위해선 위험인자를 피하거나 제거해야 한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치매 위험인자로는 뇌 손상이 2.4배로 가장 높고 음주가 2.2배, 운동 부족 1.8배, 흡연 1.6배, 비만 1.6배 순이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통해 평소 건강 관리에 힘쓰는 게 필수적이다. 40대 이후로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자주 확인한다. 위험인자가 있다면 뇌혈관 상태를 정기적으로 검사한다.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체크' 앱을 활용해 가족과 함께 자가 진단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온 가족이 함께 게임을 하면서 인지 기능 향상과 치매 예방을 도울 수 있다. 카드 맞추기나 숨은 그림 찾기, 단어 연결 퀴즈 등은 기억력 향상에 도움 되는 활동이다. 보드게임이나 퍼즐 맞추기, 블록 쌓기는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낱말 맞추기 게임, 주어진 주제와 단어를 이용한 이야기 만들기 게임은 언어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가족과 함께 산책을 즐기며 신체활동을 하는 것도 가족 간 유대를 쌓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박 센터장은 “치매 환자가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사회적인 고립감으로 더 힘들어지지 않도록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서 가족과 주변인이 함께 극복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