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봉으로 귀 파는 습관이 염증 위험 키워

직장인 정모(39)씨는 최근 여덞 살 아들과 함께 근교 수영장에 다녀왔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아들이 귀 통증과 먹먹함을 호소했다. 다음 날에는 귀에서 노란 분비물까지 나왔다. 병원을 찾은 정씨 아들은 ‘외이도염’을 진단받았다.
여름 휴가철에는 염증성 귀 질환인 외이도염 환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 물놀이가 잦은 데다 고온다습한 환경이 더해진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7~8월 외이도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월평균 약 25만 명에 달했다.
외이도는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이르는 통로를 말한다. 이곳에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 또는 물리적 자극이 가해지면 외이도염이 발생한다. 특히 어린이나 민감 피부, 과거 피부 질환을 앓았던 이들에게 더 잘 생긴다. 발병 초기에는 귀 안쪽의 가려움이나 이물감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진행되면 귀 통증이 심해지고 귀에 압력이 차는 듯한 먹먹함이나 일시적인 청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염증이 심해져 고름이나 노란색 분비물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열감을 동반한 심한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있다.
가벼운 통증일수록 빠른 진료 중요
외이도염은 초기에 진단하면 비교적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약물치료나 점이액을 이용하면 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준 교수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염증이 번지면서 더욱 심한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며 “특히 당뇨병처럼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의 경우 외이도 감염이 중이염이나 뇌기저부 골수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 깊게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예방을 위해선 물놀이 후 귓속 물기를 잘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 안을 자극하는 행동은 피하는 게 좋다. 오히려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서다. 이럴 땐 제자리에서 가볍게 뛰며 물을 빼내고, 드라이기 바람으로 귓속을 건조하는 방법이 안전하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