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서울의원 하정훈 원장(이비인후과 전문의)

갑상샘은 후두 밖을 감싸고 있고, 갑상샘 바로 안쪽으로는 성대 신경이 지나간다. 그만큼 갑상샘 수술은 목소리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수술 중 성대 신경에 손상이 가면 성대마비가 생겨 수술 후 목소리가 갑자기 나빠지는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갑상샘 수술을 할 땐 성대 신경을 보호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한다. 성대 신경 손상이 없더라도 목소리가 변할 수 있는데, 수술 후 예기치 못한 목소리 변화가 나타났다면 신속하게 검사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갑상샘 수술 후 나타나는 목소리 변화나 불편감은 ‘갑상샘수술후 증후군’이라고 한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다. 경부 주변 근육인 피대근에 일시적인 기능 이상이 발생하거나 기도와 후두의 수직 움직임 저하가 원인일 수 있다. 또는 수술 상처에 유착이 진행되면서 뒤늦게 목소리가 변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성대마비다. 성대마비는 성대 신경인 되돌이후두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성대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 발생하는데, 수술 직후 증상이 나타난다. 성대는 좌우 각각 브이(V) 모양으로 위치하며, 숨 쉴 땐 벌어지고 목소리를 낼 땐 가까이 붙는다. 하지만 성대가 마비되면 이런 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목소리가 나오지 않거나 목소리가 나빠진다. 또 음식물을 삼킬 때 사레가 자주 들리거나 숨쉬기 불편할 수 있다. 양쪽 성대가 모두 마비되면 심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갑상샘 수술 후 목소리 변화가 발생했다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이비인후과에서 후두 내시경 검사를 통해 성대 상태를 점검하고 성대마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대마비에 대한 치료가 지체될 경우 발성이나 음식 섭취에 대한 불편함을 불필요하게 오래 가지고 살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잘못된 발성법 때문에 영구적인 후유증이 남을 수 있으므로 성대 상태를 신속하고 정확히 파악해 적절히 조치해야 한다.
성대마비가 발생한 경우 우선 음성 치료를 시행한다. 음성 치료는 성대와 관련된 근육을 훈련해 목소리를 회복하는 방법이다. 수술 후 성대 신경의 손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 3~6개월 이내에 자연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성대마비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음성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 성대마비가 없이 발생한 갑상샘수술후 증후군의 경우 음성 치료가 유일하면서도 중요한 치료다.
증상이 심각한 사람은 성대 주입술을 고려할 수 있다. 성대 주입술은 마비된 성대에 필러를 주입해 성대 간격을 좁혀 목소리가 잘 나오고 사레가 들리지 않도록 돕는 방법이다. 이 시술은 대부분 1회 시술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경우에 따라 2~3회 반복 시술이 필요할 수 있다. 필러는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흡수되고 성대마비가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므로 성대마비 증상에 따라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
갑상샘 수술은 비교적 안전한 수술로 알려졌지만, 드물게 목소리 변화나 성대마비 같은 예기치 못한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 수술 후 목소리에 이상이 생겼다면 언젠간 좋아지겠지 하고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목소리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삶의 질과도 직결된 만큼 변화가 느껴진다면 망설이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