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곡선 무너진 노인성 척추후만증

70대 여성 권모씨는 수년 전부터 키가 줄고 주변인들로부터 “허리가 많이 굽었다”라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최근에는 평지를 걸을 때도 몸이 앞으로 쏠리고 시선이 자꾸 아래로 향해 불편함이 커졌다. 숨이 쉽게 차고 소화도 잘되지 않아 결국엔 병원을 찾았고 정밀 검사 끝에 ‘노인성 척추후만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척추는 경추(목)·흉추(등)·요추(허리)·천추(엉치뼈)로 구분된다. 정면에서는 척추가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 있는 게 정상이고, 측면에서는 경추와 요추가 앞으로 볼록한 전만곡이어야 한다. 흉추와 천추는 뒤로 휘어진 후만곡을 유지하는 형태를 보인다.
척추후만증은 이러한 정상 곡선이 무너지고 흉추의 후만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경우다. 원인이 노화로 인한 퇴행성 변화일 때는 노인성 척추후만증이라 일컫는다. 특히 폐경기 이후 또는 고령에서 흔한 골다공증은 척추압박골절을 유발, 이로 인해 척추후만증을 야기할 수 있다.
노인성 척추후만증이 생기면 굽은 부위나 등 전체에 통증이 발생한다. 균형 감각이 떨어져 보행이 어려워지거나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도 나타난다. 척추 만곡이 심한 경우 흉곽과 복부 장기를 압박해 소화불량, 식욕 저하, 호흡곤란 등 전신적인 증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낙상 위험 또한 높아져 일상생활의 질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대동병원 척추센터 안준영 과장은 “노인성 척추후만증은 단순한 외형 변화로만 보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통증과 신체 기능 저하로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척추가 굽으면 균형이 무너지고 낙상 위험이 커져 2차적인 합병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성 척추후만증은 컴퓨터단층촬영(CT), 골밀도 검사 등을 통해 척추의 만곡 정도, 척추압박골절, 척추관 협착증, 골다공증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진단한다. 환자 상태에 따라 자세 교정과 등허리 근력 강화 운동, 약물치료, 물리치료, 보조기 착용 등을 먼저 시행하며 필요하면 수술적 치료가 시행될 수도 있다.
노인성 척추후만증 예방을 위해서는 평소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등과 허리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과체중은 척추에 부담을 주므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도록 한다.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해 골다공증을 예방할 필요도 있다.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와 척추 검진은 퇴행성 변화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