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뇌 기능 전반에 악영향…보청기 착용 중요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하면 단순히 소리만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대화가 불편해지고, 사람을 피하게 되며 세상과의 연결이 끊기기 시작하죠.”
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 교수는 난청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청력이 떨어지면 삶의 질 전반은 물론이고, 뇌의 인지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은 보통 60대 이후부터 서서히 진행된다. 초기에는 말소리가 웅얼거리는 듯하고, 여성이나 아이처럼 높은 음역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뚜렷한 통증이나 자각 증상이 없어 방치되기 쉽다. 그래서 초기 환자들 대부분은 “그냥 나이 들어 그런 것”이라고 넘긴다.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청력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20~30대 젊은 층도 소음성 난청 증가
난청은 노년층에게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최근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난청 환자가 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소음성 난청. 일상에서 이어폰으로 장시간 고음량 음악을 듣고, 소음이 심한 작업 환경이나 콘서트·클럽 같은 고데시벨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위험 요인이다.
선우 교수는 “청각 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재생되지 않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생긴 난청도 영구적일 수 있다”며 “실제로 고주파 대역 청력 저하를 보이는 20~30대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난청이 위험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뇌의 인지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청력이 떨어지면 두뇌의 언어 처리 기능도 함께 약해진다. 잘 듣지 못하니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감도 생긴다. 이런 상태가 지속할 경우 치매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난청을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공식 지정했다. 중등도 이상의 난청을 가진 노인은 치매 발병 위험이 2~5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조기 검사·맞춤형 보청기 활용 필요
난청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평소 정기적인 청력 검진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있다면 즉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난청으로 진단되면 보청기를 착용한다. 최근 보청기는 말소리와 배경 소음을 구분하는 기능이 더해져 실사용 만족도도 높다. 다만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개인 청력에 맞춘 조정과 꾸준한 청각 재활까지 병행해야 한다.
선우 교수는 “청력은 시력과 달리 수치로 쉽게 확인되지 않아 간과하기 쉽지만, 삶의 중심을 지탱하는 중요한 감각”이라며 “정기적인 검진과 꾸준한 관심, 그리고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경 기자 shin.youngky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