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간담회서 통합 암 치료 시스템 소개
췌장암은 대표적인 난치 암으로 통한다. 조기 진단이 어렵고 암세포가 주변 혈관이나 장기를 침범해 진단 당시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국내 췌장암 환자의 5년(2015~2019) 생존율은 13.9%에 그친다. 그러나 다각도로 정교하게 설계된 치료 전략을 따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70대 여성 환자 사례가 그렇다. 그는 췌장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6개월간 먼저 항암 치료를 시행해 암의 크기를 줄였다. 그런 다음 탄소 입자를 이용한 방사선 치료의 하나인 중입자 치료를 받았다. 8개월 후 추적 검사 결과, 종양의 크기가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현재는 흔적만 남은 상태다.
60대 여성 환자 역시 마찬가지다. 진단 당시 췌장암 3기로 수술이 불가능했다. 의료진은 암 조직 주변에 고압 전기를 흘려보내 암세포를 사멸하는 비가역적 전기 천공법(IRE)을 시행했다. 그 결과 IRE 시행 후 7년 동안 암이 진행하지 않았다.

연세암병원이 수술, 신약·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등 모든 암 치료 분야의 역량을 고도화함으로써 난치 암 생존율 향상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연세암병원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방위적인 암 치료 시스템 구축으로 난치 암 극복과 정밀 의료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이들은 모두 연세암병원 환자 사례다. 연세암병원은 기본적으로 다학제 진료와 케이스 콘퍼런스를 활발하게 진행한다. 그에 따라 환자별로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적용해 생존율을 끌어올린다. 췌장암의 경우 5년(1996~2000) 생존율이 8.8%에서 16.5%(2015~2019년)로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신약·항암 치료 분야의 경우 120명 이상의 임상시험 전문가가 참여해 연 400건 이상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수행한다. 국내 최다 수준이다.
수술 분야에서도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최소침습 방식을 많이 활용한다. 여기에 중입자 치료는 암 극복의 신무기다. 연세암병원 이익재 췌장담도암센터장은 “미세 최소침습 췌장 절제술 비중이 57.2%이며, 지금껏 췌장암 환자 100명(6월 4일 기준)이 중입자 치료를 받았다”며 “중입자·IRE 치료의 조합 등 치료 성과 향상을 위해 계속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중입자 치료기 3대 가동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입자 치료를 제공하는 연세암병원은 올 하반기 회전형 중입자 치료기 1대를 추가로 운용한다. 이로써 총 3대의 치료기를 전면 가동함에 따라 치료 암종이 확대된다. 연세암병원 최진섭 병원장은 “기존의 치료법과 중입자 치료의 병용으로 최적의 치료 프로토콜을 만들겠다”며 “국소 진행성 환자 중 중입자 치료가 어려웠던 환자군을 대상으로 적용을 넓히고, 소수 전이암에서도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 중입자 치료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췌장암과 함께 난치 암으로 분류되는 폐암과 간암 분야에서도 생존율 향상에 역량을 모은다. 연세암병원 김혜련 폐암센터장은 “기존 표준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 주기에 걸친 신약 임상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기존 면역·표적·세포독성 항암제에 내성을 보인 환자를 위한 치료 대안을 제시하는 중개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중입자 치료는 치료가 어려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의 방사선 치료법인 ‘정위체부방사선치료(SBRT)’ 보다 부작용 발생 위험이 적어 긍정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폐암 환자 30명이 중입자 치료를 받았다. 이와 동시에 3㎝ 이하 크기의 폐암 발견이 늘면서 구역절제술을 확대해 폐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힘쓴다.
간암은 간 기능과 종양의 진행 정도, 심장·신장 질환 동반 여부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 적용한다. 연세암병원 최기홍 간암센터장은 “근치적 치료 방법인 수술과 간이식, 국소 소작술과 함께 간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 색전술, 외부 방사선 조사, 전신 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병행하며 생존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 후 일상 회복에 맞춤형 지원
암 치료 이후의 회복과 삶의 질 향상에도 앞장선다. 연세암병원은 현재 암예방센터, 암지식정보센터, 개인맞춤치료센터, 흉터성형레이저센터, 완화의료센터 등 5대 특화센터를 운영 중이다. 환자의 질병 단계에 맞춰 심리적·신체적 지원과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최 병원장은 “연세암병원은 대한민국 첫 암센터로서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꿔 왔다”며 “앞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치료 플랫폼을 발전시켜 환자가 최상의 의료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