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 분비 자극해 속쓰림·소화불량 야기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맵부심(매운맛에 대한 자부심), 맵덕(매운맛 덕후) 같은 신조어가 봇물이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매운 음식을 찾는 행위를 뜻하는 ‘위쑤시개’도 등장했다.  

매운맛의 주요 성분인 캡사이신은 혀와 구강 내 통각 수용체를 자극해 통증과 유사한 신호를 뇌에 전달한다. 뇌는 이를 실제 통증으로 인식해 엔도르핀을 분비한다. 엔도르핀은 통증 완화와 쾌감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를 낸다.

또 캡사이신은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해 일시적인 각성 상태와 집중력 향상을 유도한다. 대동병원 내과 김재한 과장은 “강한 감각 자극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고 기분 전환 효과를 주기도 한다”며 “이러한 신경생리학적 작용으로 많은 사람이 매운맛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과도하게 매운맛을 섭취할 경우 소화기관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캡사이신은 위산 분비를 자극해 위 내 산성 환경을 강화하며 이로 인해 속 쓰림, 복통,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겪을 수 있어서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위식도 역류질환자의 식도 점막을 자극하고 역류 증상을 악화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

매운 음식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예방하려면 몇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공복 상태에서 매운 음식을 먹는 일을 피하고 소량씩 천천히 섭취해 위장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한다. 채소나 단백질처럼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과 함께 먹으면 영양 균형을 유지하고 위장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매운맛의 강도는 개인의 건강 상태와 경험에 맞춰 조절하고, 무리한 도전은 피하는 게 좋다. 위염·위궤양·위식도 역류질환 등 소화기 질환이 있다면 더욱 매운 음식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음식을 먹고 속 쓰림이나 복통, 소화불량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필요 시 전문의 상담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저작권자 © 헬스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