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 적응증 약제 급여 적용 시기 해외보다 늦어
희귀·중증 질환자 치료 시기 놓치면 사회적 비용도 커져
같은 약이라도 여러 개의 치료 적응증을 가진 신약에 대해 적응증별 가중평균가 약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중 적응증 신약의 경우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높은 처방 권고 등급을 받았지만, 한국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실질적인 치료가 어렵다. 혁신 신약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적응증마다 치료 효과, 환자 수, 대체 치료 유무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 적용 기준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소병훈·김윤·장종태 의원이 공동 주최한 혁신 신약 불평등성 해소 및 규제개선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내용을 다뤘다. 이번 정책 토론회는 중증·희귀 질환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혁신 신약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약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서미화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단순한 의학적 손실을 넘어 사회적 비용 또한 막대해진다”며 "국내의 신약 접근성이 낮은 근본적인 이유는 급여등재 제도의 절차적 복잡성, 경제성 평가 중심의 평가모델, 일률적 단일 약가 구조 등 제도 전반의 경직성에 기인한다. 환자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에 대해 국가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KRPIA 배경은 회장도 인사말을 통해 “다중 적응증 신약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지만, 국내 급여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그 가치가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며 “같은 약이라도 적응증마다 치료 효과, 환자 수, 대체 치료의 유무가 다른 점을 반영해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내 혁신 신약의 불평등 현황 및 접근성 개선을 위한 규제 개선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홍정용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작용 기전을 가진 혁신 신약이 여러 적응증에 효과를 보이면서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하고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 높은 처방 권고 등급을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급여 제도상의 한계로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했다.
신약 급여 확대를 위한 적응증별 가치기반 약가 정책의 필요성과 국내 도입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이화여대 안정훈 교수는 가치 기반 약가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일한 약제라도 환자 수, 대체 치료의 유무, 비용 효과성에 따라 약가가 달라지는 ‘적응증 가중평균가(Blended Pricing)’ 제도를 소개했다.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인 이 제도가 각 적응증의 가치와 사용량을 반영한 현실적 약가 재산정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환자 접근성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 이중규 국장은 “최근 허가되는 신약은 다수의 적응증을 보유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는 적응증 가중평균가 제도의 검토 시점에 이르렀다는 점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관행의 문제인지, 제도적 한계인지 구분해 면밀히 살펴보고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보건당국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과 함께 개선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약제관리실 김형민 부장은 “적응증별 약가 설정은 환급률의 형평성, 행정 처리의 복잡성, 사회적 합의에서 환자별 형평성과 타 약제와의 비교 형평성까지 폭넓은 고려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재정 안정성과 환자 접근성 간 균형, 타 제도와의 연계성 등을 바탕으로 면밀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서미화 의원은 “최근 의료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중증질환 및 희귀난치 질환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이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약제심사와 건강보험 급여 등재 제도는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느린 수준이다”며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국가는 질병의 유무뿐만 아니라 치료의 기회와 속도, 비용 부담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에 대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