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세 전후 발병하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피부가 점차 딱딱해지고 손끝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며, 이유 없는 호흡곤란 또는 소화불량이 반복된다면 ‘청소년 전신경화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영대(대힌소아임상면역학회장) 교수는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지’에 발표한 자료를 통해 “청소년 전신경화증은 매우 드물지만 진행이 빠르고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자가면역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신경화증은 피부와 내부 장기의 섬유화가 진행되는 결체조직 질환이다. 결체조직은 몸을 구성하는 기본 조직의 하나로, 다른 조직이나 기관을 연결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전신경화증이 있으면 손가락 등 피부에 부종이 생기고 주름이 사라지며 발적, 통증 등 염증 증상이 나타난다. 주요 증상으로는 ▶손끝 궤양 ▶손톱 주변 모세혈관 이상 ▶삼킴 곤란 ▶속 쓰림 ▶부정맥 ▶신장 기능 저하 ▶폐 섬유화 ▶산소 교환능 저하 ▶손발 저림 ▶관절통, 근육 염증 ▶자가항체 양성 등이 있다.
조기 진단과 다학제적 치료 접근 중요
폐·심장·신장·위장관 등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단일 증상만으론 감별이 어렵고, 성장기 아이들의 정상 발달 과정과 혼동되기 쉬워 보호자와 의료진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증상이 모호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는 병”이라며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를 포함한 조기 치료와 장기별 보조 치료를 병행한다면 장기 손상을 막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엔 메토트렉세이트, 마이코페놀레이트 등 면역억제제뿐 아니라 다양한 생물학적 제제를 활용하고, 물리 치료나 호흡기·심장 기능을 보조하는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청소년 전신경화증은 흔치 않은 희귀 질환으로, 의료진에게도 생소할 수 있다. 대부분 10세 전후에 발병하며 초기 증상은 일상생활 속에서 포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됐을 때 손가락 끝이 창백해졌다가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손가락을 잘 펴지 못하거나 평소와 달리 숨이 차고 위장 문제를 자주 호소한다면 단순 질병으로 간과하지 말고 소아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