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수면학회 심포지엄서 전문가들 한목소리

“우리나라는 약가를 정할 때 최저가를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최저가를 추구하다 수면 질환의 약 공급이 제로(0)가 되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13일 열린 세계 수면의 날 기념 심포지엄에서 전문가들이 적절한 약가 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대한수면학회 주최로 마련됐다. 대한수면학회장인 양광익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교수와 부회장인 박찬순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정석훈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선 최근 논란이 된 기면병 약제의 공급 중단 사태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기면병은 낮시간에 과도한 졸림을 일으키는 중추성 질환이다. 시상하부에서 정상적인 각성을 유지해주는 물질인 히포크레틴(hypocretin) 분비가 결여돼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기면증 환자는 밤에 충분히 잠을 자도 낮에 졸음이 쏟아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갑자기 잠에 드는 수면발작을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지난해 9월부터 이러한 증상의 완화를 돕는 기면병 치료제 와킥스(피톨리산트)의 국내 공급이 중단됐다는 점이다. 제약사가 와킥스 판매 중단을 결정한 이유로는 국내 약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 등이 지목됐다. 엄유현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정신과 교수는 “피톨리산트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기면병 환자들에게 가는 피해가 작지 않다”며 “겨우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고 질환을 조절하던 환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약가가 낮게 형성되는 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했다. 이로 인해 제약사들이 한국에서 신약을 출시하지 않는 ‘코리아 패싱’이 일어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찬순 교수는 “국내에 들어오는 약값은 전 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해 낮은 약가로 약을 공급하는 게 정부의 역할일 수도 있겠지만 치료제 공급 중단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면 적절한 약가 조정이 필요하다”며 “관련 위원회와 소비자단체도 무조건 최저가가 좋다는 생각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서는 ‘입원 환자들의 수면 환경 및 수면장애’를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눴다. 정석훈 교수는 “아파서 입원한 뒤 불면증을 겪는 환자들이 많다”며 “병원에서의 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 내 환경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발달 장애 아이들의 경우 입원 시 낯선 환경 탓에 잠을 자지 못하고 소리 지르는 등 불면 장애를 많이 겪는다며 이들의 수면 문제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처법을 고민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