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폐섬유증, 65세 이상에선 1500명당 1명 수준

호흡이 점점 어려워지다 생명까지 위협하는 병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마른기침과 가벼운 숨 가쁨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일상적인 활동조차 힘들어진다. 평균적으로 3~5년 내 사망에 이를 위험까지 있는 ‘특발성 폐섬유증’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가며 호흡 기능이 저하되는 병이다.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내 유병률은 10만 명당 약 40명으로 보고되지만 6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500~1500명당 1명 수준이다. 결코 드문 병이 아니다.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경훈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과거에는 희귀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발병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 누구든 걸릴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완치 방법이 아직 없는 만큼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존 기간 평균 3~5년
특발성 폐섬유증은 병명처럼 명확한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흡연·먼지, 환경오염과 방사선 노출 등의 외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폐의 섬유화를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이 아직 없다. 진행을 멈추거나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다만 병의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제(피르페니돈, 닌테다닙)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닌테다닙의 제네릭 의약품이 조만간 출시될 예정이어서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 약물이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신약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더 나은 치료법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특발성 폐섬유증의 대표 증상은 운동 시 호흡곤란이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마른기침이 심해지고 저산소증이 나타난다. 손가락 끝이 둥글게 변하는 ‘곤봉지’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주로 50대 이후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많이 발견되며 고령층에서 발병률이 높다.
50대 이후 흡연 경험자 고위험군
초기에는 일반적인 호흡기 질환과 증상이 비슷하다. 김 교수는 “많은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이미 폐 섬유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이 의심되면 먼저 흉부 X선 검사를 한다. X선만으로는 명확한 진단이 어려워 보다 정밀한 고해상도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를 시행하는 것이 필수다.
필요에 따라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기관지폐포 세척 검사, 흉강경을 통한 폐조직 검사 등을 추가로 진행한다.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질병의 중증도를 평가하고 진행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진단 과정에서 폐에서 들리는 ‘양측성 기저부 수포음’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한 단서가 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질환이다. 질병이 악화하면 산소 공급이 필요해져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심한 피로감·우울감·불안감이 동반된다. 경제적, 정신적 부담 탓에 가족들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마른기침이 지속되거나 운동 시 호흡곤란이 있다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새로운 치료제가 계속 개발되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