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 픽] 〈151〉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

아플 땐 누구나 막막합니다. 어느 병원, 어느 진료과를 찾아가야 하는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어떤 치료법이 좋은지 등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아파서 병원에 갔을 뿐인데 이런저런 치료법을 소개하며 당장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당황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주변 지인의 말을 들어도 결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알아두면 쓸모있는 의학 상식과 각 분야 전문 의료진의 진심어린 조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Q. 중증 아토피 피부염을 진단받은 27세 여성입니다. 연고를 발라도 온몸이 가려워 피가 날 때까지 긁고 밤잠도 설칩니다. 저는 얼굴 염증이 심한 편인데 진물로 사람을 만날 때마다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중증도가 높아서 건강보험 급여로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는데, 중증 아토피 피부염에 쓸 수 있는 신약이 여러 종류라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변에 조언을 구하니 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사람마다 효과·부작용이 조금씩 다르고, 한 번 약을 썼다가 치료 효과 등이 기대보다 떨어져 약을 바꾸게 되면 상황에 따라 건강보험 급여를 계속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첫 번째 약을 잘 선택해야 하는데 어떻게 나에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나요.

조선대학교병원 피부과 나찬호 교수의 조언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적인 피부 염증으로 피부 상태가 좋아졌다 나빠지길 반복하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아직까지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부 자극, 피부 손상, 면역학적 이상 등 환경·유전·정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극심한 가려움증, 울긋불긋한 발진 같은 증상을 동반하는 아토피 피부염은 대개 어렸을 때 잠깐 앓고 지나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입니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전체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70%는 청소년·성인입니다.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20세 이상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26%나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점은 아토피 피부염의 파급력이 피부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피부 가려움증으로 밤잠을 설치면서 성격이 예민해집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이나 팔다리 피부 병변으로 자신감을 잃고 위축됩니다.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피부 상태가 급변하면서 대인 관계에도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어제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피부가 뒤집어져 미리 계획했던 일정이나 중요한 약속이 틀어집니다.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면서 조금씩 고립됩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게다가 아토피 피부염으로 가렵다고 피부를 긁으면서 상처·흉터가 생기고 2차 감염으로 피부 상태는 더 나빠지는 악순환을 겪습니다. 가려움증, 발진 등 피부 증상을 완화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아토피 피부염은 생물학적 제제 등 여러 신약이 등장하면서 치료 환경이 크게 변했습니다. 

출처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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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성인까지 지속되는 아토피 피부염은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등 단계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아 중등증-중증으로 진행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같은 중등증-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사람마다 임상적 증상, 치료 반응 등 이질성이 큰 것이 특징입니다. 겉으로는 비슷해 보여도 개별 다양성이 존재하는 만큼 자신에게 맞는 치료제 선택이 중요합니다. 

2024 한국아토피 피부염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전신 치료 방법으로 생물학적 제제(Biologics), JAK 억제제(JAK inhibitors) 등을 권고합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주사제로, 주기적으로 맞아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이미 여러 해 동안 축적된 임상 데이터로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한 치료 옵션입니다. 경구용 JAK억제제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약제로, 빠르고 효과적으로 가려움증과 피부 병변을 개선하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약제별로 차이가 있어 진료 현장에서 질문을 주신 분처럼 어떤 약을 먼저 써야 할지 상담을 요청하는 환자를 많이 만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적 요인, 피부 장벽 문제, 면역 반응 이상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맞춤형 치료가 필요합니다. 생물학적 제제든 JAK 억제제든 사이토카인 신호 전달 경로를 억제하는 기전이나 표적 하는 물질 및 작용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같은 계열의 치료제라도 환자에 따라 다른 효과와 부작용을 보일 수 있습니다.  

개별 환자에 맞는 최선의 치료를 위해서는 중등증-중증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쓸 수 있는 새로운 신약은 계속 필요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가 많을수록 환자 맞춤 치료도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에는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에서 염증에 주요하게 관여하는 인터루킨13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생물학적 제제도 나와 있습니다.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얼굴·손 등 치료가 어려운 아토피 피부염 부위의 증상 개선 효과도 확인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토피 피부염의 중증도(EASI)는 홍반, 부종및 구진, 줄까짐, 태선화 등 4종류의 피부 증상 중증도에 신체 부위별 가중치를 계산해 평가합니다. 현재의 치료 목표는 EASI 수치가 75% 개선된 환자의 비율을 의미하는 EASI75를 목표로 하지만 최근의 아토피 피부염 신약은 EASI90 등 더 높은 수준의 치료 목표까지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급여 및 산정특례 기준상 특정 치료제를 쓰다가 다른 치료제로 교체 투여 시 보험급여 적용이 까다로운 상황입니다. 정책적으로 환자 맞춤 치료가 필요하고 다양한 치료 선택지가 필요한 만성 피부 질환에서 약제 관계없이 교체투여 길이 빠르게 열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중증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어도 의료진을 믿고 포기하지 말고 치료를 계속 이어 나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약이 나오면서 치료 효과가 개선되고 있으니 꾸준히 치료·관리하면 더 나은 일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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