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스픽] 〈138〉 수막구균 백신 접종
Q. 태어난지 30일 정도 된 신생아를 돌보는 초보 엄마입니다. 아기 수첩을 봤는데 생후 2달부터 챙겨야 할 백신이 정말 많더라고요. B형 간염, Dtap, 로타 등 대부분의 영유아 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NIP)로 지원되는데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처럼 안 되는 것도 있었습니다. 무슨 질환인가 궁금해 찾아보니 발병률이 높지는 않은데 치사율이 높아 걱정됩니다. 집 근처 병의원에서는 비용 부담이 있으니 부모가 결정하면 된다고 합니다. 챙겨야 할 백신도 많은데 꼭 접종이 필요한 백신인지 궁금합니다.
인하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동현 교수의 조언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수막구균이라는 세균이 뇌에 침입해 발생하는 급성 감염병으로, 수막구균 감염증 중에서도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수막구균은 폐렴구균, 인플루엔자균과 함께 세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3대 원인 중 하나입니다.
언급한 것처럼 수막구균 뇌수막염을 포함해 수막구균 질환은 초기 증상 발현 후 24시간 이내에 매우 빠르게 진행해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치명적인 감염병입니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두통·발열·오심으로 감기와 매우 유사해 대수롭지 않게 여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병의원을 찾더라도 비특이적인 증상으로 진단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시간과의 싸움인 수막구균 질환이 좀 더 진행하면 의식이 혼탁해지고 빛에 민감한 광선공포증이 생기며 패혈증 소견인 피부 출혈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수막구균 질환의 치사율은 10~15%로 매우 높은 초응급 질환입니다.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는 영유아 10대 사망 원인의 하나일 정도로 치명적입니다.
수막구균 질환을 겪고 생존하더라도 5명 중 1명은 신경 손상, 청력 손실, 사지 상실과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겪습니다. 특히 영유아일 경우 50% 이상이 후유증을 겪습니다. 이러한 후유증으로 인해 생존자의 기대 수명은 약 16년 정도 단축될 것으로 추정합니다.(0~50세 기준)
진행 속도가 빠른 수막구균 질환 특성을 고려할 때 사망률과 후유증 발생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능한 항생제를 빠르게 투여하는 것입니다. 이때 항생제는 3세대 세팔로스포린(세프트리악손 또는 세포탁심) 등의 항생제를 사용하며 통상 치료 기간은 7일입니다. 하지만 항생제의 우수한 치료 효과에도 불구하고 치사율은 10% 정도로 유지되고 있어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증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수막구균 감염으로 인한 사망은 절반 정도가 발병 1일 이내에 생길 정도로 빠른 경과를 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수막구균 감염증 발생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보고된 수막구균 감염증의 환자 수는 매년 20명 이하입니다. 다만 임상 현장에서는 현재 보고되는 빈도보다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검체 채취 전 항생제를 투여해 배양 음성이 흔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대략적으로 선진국 발생률인 10만 명당 0.5~4명을 기준으로 추정할 때 적어도 매년 250~2000명 정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수막구균 감염증은 두 차례 발병 위험 고비가 존재합니다. 첫째는 생후 12개월 전후 영유아기입니다. 면역 체계가 완전히 성숙하지 않는 영유아는 수막구균 질환 감염에 취약합니다. 특히 생후 6개월 이하 영아에서 수막구균 감염이 가장 많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두 번째 시기는 10대 청소년기입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외부 활동이 늘면서 수막구균 질환 감염 위험이 높아집니다. 실제 국내에서 200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수막구균 감염증의 23년간 누적 보고(224건)를 분석했더니, 생후 12개월 영아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또 15~20세 무렵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수막구균 질환의 발생 양상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비슷합니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대부분 무증상 보균자에 의해 감염됩니다. 성인의 5~10%는 수막구균 무증상 보균자입니다. 훈련소 입소, 대학 기숙사 생활, 대규모 국제 행사 등 여러 지역에서 온 다양한 사람이 밀집된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다 기침·재채기 등 일상 접촉으로 인한 비말(침)을 통해 감염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이나 월드컵이 끝난 이듬해인 2003년에 수막구균 질환 보고 건수가 각 42건, 38건으로 평균 20건 이하인 다른 해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요즘처럼 해외여행이 보편화하고 학교·회사에서 외국인과 교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는 수막구균 질환 예방에 더 신경 써야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2023년 인천국제공항의 국제선 여객 수가 약 5020만 명으로 전년 대비(1782만 명) 248.9% 증가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수막구균 질환에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수막구균 감염증의 발병률이 낮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습니다. '수막염 벨트'라 불리는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 등 수막구균 질환이 유행하는 국가를 여행했다면 감염 위험이 높습니다. 이 지역은 수막구균성 수막염이 풍토병으로 자리잡아 5~12년마다 대규모 감염이 발생합니다. 이 외에도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인 영국·캐나다·호주도 한국보다 수막구균 감염자가 월등히 많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제 어떻게 수막구균 질환이 증가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국내 접종 가능한 수막구균 백신은 두 종류입니다. 혈청군 A·C·W·Y를 예방하는 백신(멘비오·메낙트라 등)과 혈청군 B를 예방하는 백신(백세로 등)입니다. 사람에게 질환을 일으키는 수막구균 혈청형은 6종류입니다. 두 종류의 수막구균 백신으로는 5개의 혈청군(A·B·C·W·Y)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수막구균 혈청군의 종류와 분포의 다양성은 국가마다 크게 다를 수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할 수 있어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언제 어떤 혈청군이 국내에서 증가할 것인지 알기 어렵기 때문에 두 종류의 백신을 통해 예측이 불가하고 치명적인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캐나다를 비롯해 호주·오스트리아·벨기에·브라질·아르헨티나 등 35개 국가에서는 수막구균 B혈청군에 의한 감염증에 대한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영유아 사망의 주요 원인을 수막구균 B혈청군에 의한 질환으로 보고 2015년부터 모든 신생아에게 생후 8주부터 수막구균 B혈청군 백신을 접종하고 있습니다. 영국을 포함해 미국·프랑스·체코 등 16개국에서는 수막구균 B혈청군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지원합니다.
수막구균 A·C·W·Y 혈청군 백신 역시 미국 질병관리청(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에서 11~18세 청소년에게 접종을 권고합니다. 특히 뉴욕 주에서는 2015년부터 모든 7·12 학년 학생에 대한 수막구균 질환 예방백신 접종을 의무화했습니다. 수막구균 백신 접종 기록을 제출하지 않으면 공립이든 사립이든 상관없이 학교의 입학·등교를 거절하는 법안(A00791C)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한국도 2012년부터 군대에 입소하는 남성에게 수막구균 백신을 접종해주기는 합니다. 그런데 수막구균 질환의 발병률이 높은 연령대는 생후 6개월 이하 영유아나 10대 청소년입니다. 발병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의 수막구균 질환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은 필요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