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이영돈 PD, 그는 왜 MSG를 지목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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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 쓰면 ‘착한 식당’서 제외…식품업계 ‘발끈’대상·CJ “맛그린의 헐뜯는 마케팅에 피해”식약처 “상한섭취량 없을 정도로 안전”

"'착한 식당'이 되려면 절대로 MSG를 쓰지 말아야 합니다"(이영돈 PD·채널A)

최근 채널A(동아일보 종합편성채널)의 소비자 고발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이 때아닌 MSG 유해성 논란을 부추겼다. 제작진이 ‘착한 식당’을 선정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28곳이 선정됐다. 하지만 착한 식당이 되려면 MSG를 쓰지 않아야 한다. 제작진은 홈페이지에서 "식당에서 MSG를 사용해도 되느냐"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도 진행했다(2012.8). 참가한 768명 중 41.8%(321명)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실시한 MSG 관련 설문조사 결과.

MSG는 과연 공포의 대상일까? MSG에 대한 공포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논란의 중심인 이영돈 PD와 5일 저녁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나지막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 음식은 국물이 많죠. MSG 사용량이 그만큼 많습니다. 지금 한국의 식당들은 영세 식당이건 대기업 프랜차이즈건 MSG에 중독돼 있어요. MSG만 넣으면 맛있는 음식이 되기 때문이죠. 맛집이라고 소문난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실험한 적이 있습니다. 짬뽕 두 그릇을 시키면서 한 그릇에는 MSG를 넣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MSG를 넣지 않은 짬뽕은 너무나 맛이 없고 밍밍했죠. 맛있었던 비결이 MSG였던 겁니다. 업소 스스로 MSG에 의존하지 말고 감칠맛을 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게 바로 ‘착한식당’을 선정하려는 취지 중 하나죠.”(이 PD)

그렇다면 이 PD는 자신의 집에서 요리를 해먹을 때 MSG를 전혀 쓰지 않을까? 궁금했다. 돌아온 답변은 “전혀 넣지 않는다. 멸치나 다시마를 우려내 천연조미료를 만들어 쓴다”고 답했다.

그는 프로그램을 통해 MSG 유해성 논란을 일으키려 한 의도는 없었다고 말한다. 단지, MSG의 강한 감칠맛이 엉성한 식재료까지 덮을 수 있다는 게 화가 났다고 한다. 또, 1만 원 이상 비싼 돈을 주고 사먹는 외식메뉴가 정작 MSG를 빼면 맛이 없어질 정도로 MSG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지적했다.

“제대로 된 음식점이라면 MSG를 넣지 않고도 MSG를 대신할 정도의 감칠맛을 천연재료로 만들어 내야 하죠. 양심 있는 음식점이라면 말입니다. 천연조미료라면 또 모를까…”(이 PD)

 

   
▲ 채널A의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 소개 이미지

그는 MSG를 테이블 위에 별도로 놓고, 식당을 찾은 소비자들이 스스로 선택해 뿌려 먹도록 주장한다. MSG 사용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제는 업계도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MSG를 천연조미료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는 점, 외식업계에서 MSG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며 업계와의 갈등이 불거졌다. 프로그램 곳곳에서는 ‘MSG는 유해하다’는 이미지가 묻어난다. 상대적으로 ‘MSG를 사용하면 나쁜 식당’이 돼버렸다.

이 PD는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기들 중 MSG만 먹으면 발진이 일어나 고생한다는 아기들이 주변에 많습니다”고 덧붙였다. 과연 MSG는 천연조미료의 반대 개념일까. MSG를 먹으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을까. 학계와 업계는 “그렇지 않다”며 “종편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에 대한 1일 상한섭취량을 설정하지 않았다. NS(Not Specified) 품목이다. 마치 물과 같다. 김동술 식약처 식품첨가물기준과장은 “물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탈나지 않는 것처럼 MSG는 상한섭취량이 따로 없는 안전한 식품”이라며 "MSG 역사가 100년이 됐지만 MSG 먹고 탈난 사례는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못박았다. 

▶아미노산(글루타메이트)에 나트륨 더하면 MSG

MSG를 만드는 공정을 보면 유해성 여부를 알 수 있다. 국내 식품업계는 MSG를 ‘사탕수수’로 만든다. 한재춘 대상 중앙연구소 바이오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나온 대사산물에 나트륨을 붙이면 MSG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다시마․멸치 등을 우려내도 감칠맛을 낼 수 있지만 같은 감칠맛을 내기 위해 훨씬 많은 원물이 들어가므로 단가가 크게 차이가 난다. 대상․CJ 등 MSG를 만드는 국내외 다수 식품업계는 인도네시아에서 사탕수수를 구해 발효하고 있다.  

사탕수수로 MSG를 만들기 위해 우선 사탕수수를 으깨어 코르네박테리움 글루타이룸이라는 미생물 균주를 넣고 발효시킨다. 이 미생물 균주는 사탕수수의 당을 먹고 자란다. 이들이 배설한 대사산물이 바로 글루타메이트(Glutamate)이다. 글루타메이트는 어디에 붙어있는 성질이 강하다. 이때 나트륨이나 칼슘을 붙여준다. 보통은 비용이 더 저렴하고 용해도가 낮은 나트륨을 많이 쓴다. 이렇게 나트륨과 결합된 글루타메이트가 바로 ‘L-글루탐산나트륨’이고, MSG이다.

MSG는 모노소디움 글루타메이트(Monosodium glutamate)의 약자로, 글루타메이트에 나트륨이 결합됐다는 의미다. 나트륨과 결합된 글루타메이트 즉, ‘MSG'는 물과 닿으면 쉽게 해리된다. MSG를 국물(육수)에 넣으면 글루타메이트가 나트륨과 떨어지면서 다른 식재료에 달라붙어 감칠맛을 낸다. 

글루타메이트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CJ제일제당에서 MSG를 연구하는 김부원 과장(바이오마케팅팀)은 “20종의 아미노산 중 10종은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내는 비필수 아미노산”이라며 “그중 하나가 바로 글루타메이트”라고 소개했다.

이 글루타메이트는 인체에서 하루 평균 60g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MSG는 평균 3g이다. MSG의 약 30%가 나트륨이므로 산술적으로 보면  매일 글루타메이트 2.1g씩 MSG를 통해 추가로 섭취하는 셈이다.

 

   
▲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4월 3일 식품기자포럼에서 MSG 유해성 논란이 일어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4월 3일 광화문 맥도날드 본사에서 열린 식품기자포럼(대표 박태균 중앙일보 기자)에는 MSG 유해성 여부를 다룬 강의를 들으러 몰린 70명의 기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영돈 PD도 참석했다. 강연자로 나선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MSG는 천연조미료”라며 MSG에 대한 오해를 조목조목 해명했다.

이 교수는 “MSG를 화학조미료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MSG를 넣지 않은 3세대 조미료에 대해 ‘천연조미료’라고 부르는 건 업계의 마케팅 수단일 뿐 MSG 제조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1세대 조미료인 MSG도 천연조미료”라고 주장했다.  

이 PD는 “이덕환 교수의 강의내용은 모두 수긍한다”면서도 “하지만 MSG를 사용하는 식당에 대해 ‘착한식당’을 부여하지 않는 현재의 방침은 변함없다”고 답했다.

 

   
▲ 정승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이덕환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해외선 ‘중국음식점 증후군’ 오해 사그라들어 

1908년 일본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에 박사가 다시마에서 MSG를 분리해내는 데 성공하며 ‘감칠맛’이 세상에 알려졌다. 일본인이 평소 즐겨먹는 다시마 국물이 단맛․짠맛․쓴맛․신맛의 혼합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새로운 맛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마미(감칠맛)’라고 칭한 그는 1909년부터 ‘아지노모토’라는 조미료로 상품화해 팔기 시작했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던 MSG는 1968년 ‘중국음식점 증후군(차이니즈 레스토랑 신드롬)’으로 제동이 걸렸다. ‘중국 음식을 먹으면 어지럽거나 얼굴이 붉어지는 증상이 잘 나타나는데 중국 음식에 MSG가 많이 첨가됐기 때문’이라는 글이 미국 학술지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렸기 때문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MSG의 1일섭취허용량을 설정했다. 신생아용 식품에도 MSG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MSG 판매량은 급감했다.

하지만 중국음식의 MSG와 증상과의 관계는 이후 연구에서도 입증되지 않았다. 미국 FDA와 세계보건기구(WHO)는 1995년 공동 연구조사한 결과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첨가물’이라고 판명했다. 미국은 다시 MSG에 대한 규제를 없앴고 오해는 사그라들었다. CJ 김부원 과장은 “해외에서 식품전문가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한국 소비자들이 MSG에 대해 왜 이렇게까지 거부감을 갖고 있느냐며 깜짝 놀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 1세대 조미료인 MSG의 대표제품 '미원'이 마트에 진열돼 있다.

▶‘맛그린’의 노이즈 마케팅, 업계 공멸 자초

우리나라는 일제시대 때 이케다 박사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MSG가 발을 붙였다. 1962년 식품첨가물로 지정됐다. 대상(당시 미원주식회사) ‘미원’과 CJ(당시 제일제당) ‘미풍’이 MSG 조미료로 맞붙으며 1세대 조미료(발효조미료) 시장이 개막했다. 결과는 미원의 압승이었다. ‘1가구 1미원’이라고 부를 정도로 미원은 가정의 필수품이 됐다. 지금도 매년 국내 1200억 원, 해외까지 총 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미원의 선전에 CJ는 1975년 ‘다시다’를 출시하며 2세대 조미료(종합조미료) 시대를 열었다. MSG로만 만들었던 1세대 조미료에 차별화해 소고기와 양파․마늘․파․후추 등 여러 재료들을 복합했다. MSG는 15%만 넣고 나머지 재료들을 추가한 것이다. 이에 대상은 ‘감치미’를 내놓으며 맞불을 놓았지만 ‘다시다’의 승이었다.

승승장구하던 조미료 시장은 1993년 12월 럭키(현 LG생활건강)가 ‘맛그린’을 시판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타사 제품에 유해성 논란이 있는 MSG가 99~100% 들어있다”고 강조하면서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이때부터 국내 소비자들에게 MSG는 몸에 나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대상 관계자는 “하지만 ‘맛그린’은 조미료에서 MSG만 뺐을 뿐 핵산․합성향 등 다른 화학적 첨가물을 여전히 사용해 실상 진짜 자연조미료라고 말할 수 있는 제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결국 ‘맛그린’은 MSG에 대한 논란만 남기고 사라졌다.

MSG 유해성 논란이 확산된 후 미원주식회사(현 대상)는 사명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미원=MSG=몸에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대상과 CJ는 앞다퉈 MSG를 넣지 않은 3세대 조미료(자연조미료)를 내놓았다. ‘수요’에 따르기 위해서였다. 2000년대 중반 선보인 대상 ‘맛선생’과 CJ ‘산들애’가 그것이다. 이들은 MSG·핵산·합성향 등을 다 빼고 자연재료 그대로를 넣어 만들었다며 ‘자연조미료’라고 마케팅을 펼쳐왔다. 가령 아토피 피부염 아기를 둔 엄마 등 천연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MSG는 천연이 아니라는 식의 이미지가 더 각인된 효과도 낳게 됐다.

김국환 대상 식품사업총괄 CM1팀 매니저는 “해명하려 하면 변명으로 듣는다”며 한숨을 지었다. MSG가 유해한 것이 아니라고 아무리 주장해도 소비자들은 홍보하려는 변명이라고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 소비자가 마트에서 대상 MSG 제품인 '미원'을 들여다 보고 있다.

▶업계 “세계 생산량 330만 톤…MSG는 성장동력”

MSG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330만 톤이 생산된다. 김부원 CJ 과장은 “MSG 논란이 제기돼 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30만 톤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오히려 연 5%씩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얘기다. CJ제일제당은 네슬레 등 해외 식품기업에 MSG를 수출하는 등 MSG로 총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과장은 “사탕수수에서 미생물 균주를 넣고 발효시키면 사탕수수의 당 1㎏당 300g의 MSG가 얻어진다”며 “다시마·멸치 등을 우려내는 것보다 훨씬 쉽고 많이 감칠맛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사탕수수에서 미생물을 넣고 발효하는 기술로 MSG도 만들지만 라이신도 만든다. 라이신은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동물의 사료에 쓰인다. CJ의 라이신 생산량은 세계 1위다. 김 과장은 “미생물 발효산업 즉, 바이오 산업이 인류에게 큰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되면서 세계가 뛰어들고 있다”며 “MSG를 유해하다며 멀리하는 건 한국의 바이오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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