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회가 이어지는 연말엔 술자리와 맛있는 음식이 빠지지 않습니다. 이럴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 통풍입니다. 기름진 음식과 과음은 누구에게나 건강에 좋지 않지만 통풍 환자나 고위험군이면 위험은 훨씬 큽니다.
통풍은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과 주변 조직에 침착돼 염증을 유발합니다. 통풍의 가장 큰 특징은 극심한 통증으로,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표현이 통풍의 이름이 된 이유입니다. 특히 발가락·발목·손가락·무릎에 통증이 잘 나타납니다. 관절이 붓고 빨갛게 변해 손도 댈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습니다.
통풍은 특히 겨울철에 악화합니다.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전상현 교수는 "찬 바람이 혈액 속 요산 침착을 더 활성화시킨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발생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만성 관절염이나 신장 기능 저하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합니다.
국내 통풍 환자는 2023년 53만 명이었는데 2019년보다 약 16% 증가한 것입니다.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12배 많습니다. 이유는 왜일까요. 여성은 폐경 전까지 여성호르몬 덕분에 요산 제거 능력이 더 뛰어납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단백질과 알코올 섭취량이 많은 것도 이유입니다.
비만한 남성은 통풍 고위험군입니다. 비만하면 체내 요산 생성이 증가합니다. 나이 들수록 신장 기능이 떨어져 요산 배출이 어려워집니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잦은 회식으로 인해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도 통풍이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많은 사람이 통풍을 맥주하고만 연관 짓는데 오해입니다. 실제로는 모든 술이 통풍을 악화시킵니다. 알코올은 콩팥에서 요산 배설을 억제해 혈중 요산 농도를 높입니다. 다만 맥주는 퓨린 함량이 높은 성분(효모, 보리)이 들어 있어 다른 술보다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음주량입니다. 과음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이외에 주의해야 할 약물이 있습니다. 이뇨제 성분(싸이아자이드), 저용량 아스피린, 결핵약은 요산 수치를 높일 수 있습니다. 복용 시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통풍 발작이 나타났다면 응급 처치법을 기억해두세요. 전 교수는 "통증이 있는 다리를 높은 곳에 올리고 얼음찜질을 한뒤 빠르게 병원을 찾아 전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내장·치킨 과식 피하기
술자리에서는 알코올 섭취를 줄이고, 기름진 음식 대신 건강한 메뉴를 선택하세요. 퓨린 함량이 높은 내장, 고기, 치킨, 등푸른 생선은 적게 먹는 것이 좋습니다.
-과도한 운동은 요산 생성 촉진
비만은 통풍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세요. 다만 과도한 운동은 오히려 요산 생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니 피해야 합니다.
-충분한 물은 요산 배출에 도움
수분 섭취는 소변으로 요산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하루 2L 이상의 물을 마시는 것을 목표로 하세요.
-본인에게 맞는 약물치료 찾기
통증 완화를 위한 항염증제와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세요. 의사와 상의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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