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끝? 미용 시술 시 수면마취 정말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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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상태 모니터링,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감시 필수

출처: GettyImagesBank


수면마취도 마취다. 그럼에도 수면마취는 전신마취에 비해 비교적 안전하고 간단히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 건강검진, 치과, 피부과에서도 수면마취가 가능하다는 문구를 흔히 접할 수 있다. 한 번쯤 수면마취 후 푹 자고 일어난 경험이 있다면 그 위험성을 더욱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병원가에서는 수면마취와 결합된 피부 미용 시술 홍보도 성행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미용 시술이 대중화하면서 수면마취가 피부 미용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시술에 따른 이득은 취하고 통증에 대한 부담은 피하고 싶어하는 요구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다.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수면마취는 푹 자고 일어나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반인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무분별한 수면마취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진다.

수면마취는 진정 정도에 따라 다른 마취와 구별된다. 의학 용어로 정확하게 표현하면 ‘중증도 진정 또는 의식하 진정’이다. 약물을 통해 의식만 차단한 상태여서 자가 호흡이 가능하다. 전신마취처럼 신경근차단제를 투여하지 않는다. 강한 자극을 받을 경우 진정 상태에서 깨어나거나 근육이 반응해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혼잣말을 하는 등 행동을 취한다.

수면마취 후 피부 시술을 진행할 때 효과가 없거나 화상 등 부작용이 언급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비침습적인 시술인 리프팅의 경우 예측할 수 없는 환자의 움직임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부위에 시술 행위가 이뤄질 수 있다. 이땐 시술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깊은 수면마취를 진행했다면 환자가 통증에 반응하지 못해 큰 자극이 반복되면서 화상까지 입을 수 있다. 
 
호흡 억제 발생 후 악화하면 사망 위험까지
부작용은 단순히 시술 만족도 저하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에 따르면 수면마취 부작용으로 시술 후 현기증, 저혈압, 구토, 시야 흐림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 체질에 따라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기도 한다. 안전한 수면마취를 위해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상주 하에 마취에 대한 상세 설명을 듣고 동의서를 작성한 후 마취를 진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이 경고하는 수면마취의 가장 큰 위험성은 ‘호흡 억제’다. 미용 전문 병의원에서 이뤄지는 수면마취는 환자의 자가 호흡에 의존하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어렵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호흡 억제로 인한 저산소증 발생 시 적절한 처치가 안 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구본욱 교수는 “수면마취를 포함한 모든 마취 시술은 꼭 필요한 때에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의 감독 하에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피부 미용 시술의 경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없다면 마취 연고 등 통증을 경감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에 굳이 수면마취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어 구 교수는 “미용 시술의 특성 상 일정 주기 하에 반복 투여할 가능성이 높은데, 심폐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호흡 억제나 심혈관계 질환 등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수면마취를 꼭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료진에게 환자의 과거 병력, 복용 중인 약물 정보를 알려 유사 시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면마취 중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졌는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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