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80대 부모님의 식사량이 줄어 걱정인 50대 남성입니다. 추석 때 본가에 갔는데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입맛이 없다고 하면서 몇 숟가락 먹지 않더라고요. 고기도 속이 더부룩하다고 한 두점만 먹습니다. 먹는 게 시원찮다 보니 체격이 전보다 많이 야위었습니다. 건강 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안 먹어도 괜찮은지 걱정됩니다. 살 찐 것보다 낫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요. '좀 더 드시라'는 말은 해도 억지로 먹게 할 순 없어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택 교수의 조언
식사량이 줄어든 것이 단순히 입맛 저하로 생각할 수 있지만 장기간 이어지면 영양 결핍 등 건강 악화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식사량이 부족하면 영양 불균형이 쉽게 나타납니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 비타민, 미네랄 섭취가 부족하면 면역력 저하가 생기고 폐렴 같은 감염성 질환에 더 취약해집니다. 또 근육량 감소(근감소증)로 일상생활의 활동성이 떨어져 낙상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고령층의 식욕 저하는 결국 질병 이환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사망률 증가와 연결될 수 있습니다. 입맛이 없으니 식사를 거르고 전신 상태가 더 불량해지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습니다. 잘 먹어야 건강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먹게 하는 것은 보는 사람이나 먹는 사람이나 괴롭고 힘듭니다. 일단 부모님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소화가 잘 되는 음식으로 식사를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도 식사량이 부실하다면 식욕을 높이면서 소화 기능을 개선하는 식욕 촉진제(트레스탄·메게스트롤 등)를 고려하는 것도 대안입니다. 이를 통해 전반적인 식사량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모두 식욕을 높여 영양 섭취를 돕지만 작용 기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트레스탄은 뇌에서 공복감을 자극하고 비타민 대사를 촉진하는 기전으로 식사량을 늘립니다. 일반의약품으로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은 편으로 전 연령층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체력 저하와 식욕 부진을 함께 겪는 사람에게 유용합니다. 메게스트롤은 호르몬 변화에 의해 식욕을 촉진하는 약입니다. 원래 호르몬성 암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식욕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확인되면서 식욕 촉진제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로 재발·전이성 암 등으로 인한 병적인 식욕 부진으로 체중 감소와 영양 결핍이 심각한 악액질 환자에게 쓰입니다.
일상적 식욕 부진은 고령층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식욕 부진 통증, 우울감, 소화불량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개 입맛이 없다며 3~4숟가락만 간신히 먹고 배가 부르다며 상을 무르는 식입니다. 나이가 들면 혀의 미각세포가 퇴화해 맛을 덜 느끼면서 식욕 부진을 경험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식욕 부진이 장기간 지속하면 전신 건강관리에 취약해집니다. 이럴 땐 식욕을 촉진하는 약이 현 상황을 바꾸는 데 도움될 수 있습니다. 식욕을 촉진하는 약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 신체 회복·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장기적으로 건강 악화를 막으면서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간혹 ‘입맛이 없으니 이 기회에 살이라도 빼자’는 생각을 하는 경우를 보는데, 오히려 다이어트에 불리해집니다. 식사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면 에너지 소비량이 줄면서 체중 감량 속도가 떨어집니다. 또 출렁이는 뱃살을 차지하는 지방 대신 면역력의 근간인 근육부터 빠지게 됩니다. 기초대사량이 줄어 요요가 잘 생기는 체질로 바뀐다는 의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근육 감소입니다. 영양 부실로 근육이 사라지면 배가 볼록 나오고 팔다리는 가늘어집니다. 가슴·복부·엉덩이·다리로 이어지는 코어 근육이 부실해져 자세도 구부정해집니다. 이렇게 근육이 줄면 전신의 면역력도 떨어집니다. 인플루엔자(독감)·폐렴 등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지속적인 영양 결핍은 만성 피로, 우울증 등 정신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악성 종양이 동반된 환자는 체중 감소 자체가 사망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고령층 건강관리의 기본은 균형잡힌 영양 보충입니다. 식욕이 없어 식사량이 줄면 영양 상태가 불량해집니다. 부실한 식사는 근감소증으로 이어져 전신의 면역력을 떨어뜨립니다. 독감·폐렴 같은 감염성 질환에 잘 걸리고 몸이 안 좋아 덜 움직이면서 건강이 더 나빠집니다. 입맛을 돋우고 소화가 편한 음식으로 바꿔도 식욕 부진이 심하다면 담당 의료진과 상담 후 건강한 식사로 영양소를 보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정리=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 진료받을 때 묻지 못했던 궁금한 점이 있으면 메일(kwon.sunmi@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주제로 채택해 '닥터스 픽'에서 다루겠습니다.
< 저작권자 © 중앙일보에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