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건강 좌우하는 호르몬, 어떻게 활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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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증상 관리나 난임 치료에 이용 가능

호르몬은 새 깃털 무게의 1000만분의 1인 나노그램 단위로 우리 몸에 작용하는 물질이다. 특히 여성호르몬은 월경, 임신, 수유, 골밀도 등 여성의 전 생애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종류와 대표적인 활용 사례를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구승엽 교수와 함께 알아봤다.
 

대표 주자는 에스트로겐·프로게스테론

뇌는 쉽게 말해 호르몬 분비의 총괄 책임자다. 뇌 아래쪽에 위치한 조절 중추인 뇌하수체에서는 난포의 성장과 배란 등 난소 기능을 담당하는 난포자극호르몬과 황체형성호르몬이 분비된다. 임신과 출산 시 모유 분비와 월경 주기 조절에 영향을 주는 프로락틴(유즙분비호르몬)도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된 호르몬은 난소에 작용해 여성호르몬의 대표 주자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분비되도록 한다. 에스트로겐은 자궁내막을 증식시켜 임신을 준비할 뿐 아니라 심혈관 건강과 골밀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프로게스테론은 자궁내막의 증식을 억제하고 자궁 근육의 수축을 방지함으로써 임신이 유지되도록 돕는다.

여기에 갑상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신진대사 균형에 중요하다. 특히 여성의 안정적인 임신과 출산을 위해 필수적이다. 갑상샘기능저하증이나 항진증으로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면 월경불순이 생길 수 있어서다.
 

주사·패치·질정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  

이러한 여성호르몬은 갱년기 증상 관리, 난임 치료, 월경불순 개선, 피임을 위해 쓰이기도 하다. 환자 상태에 따라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거나 과도한 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식이다. 목적에 따라 먹는 약, 바르는 약, 질정, 주사, 패치 등 형태는 제각각이다.

여성호르몬 치료의 대표적인 목적은 갱년기 증상 관리다. 갱년기 나이가 되면 인체 내 에스트로겐이 부족해지고 그 결과 폐경기 여성 10명 중 9명은 안면홍조, 식은땀, 수면장애 등의 증상으로 고통받는다. 질 건조증과 방광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호르몬 대체 요법은 이러한 증상을 완화할 뿐 아니라 골다공증 예방에도 도움된다. 구 교수는 "특히 40세 이전에 조기폐경을 겪은 여성은 노화가 빠르게 진행돼 건강에 문제가 생기기 쉬워 이 같은 치료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여성호르몬은 가임력 보존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무엇보다 가임기 여성 암 환자들에게 있어 여성호르몬 치료는 임신과 출산 가능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컨대 과거만 해도 유방암 진단을 받은 여성은 항암 치료와 재발을 막는 항호르몬 치료를 받는 동안 임신을 포기해야 한다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난자나 배아 동결을 통해 적극적으로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고 이때 과배란 유도 단계에서 여성호르몬제가 사용된다. 레트로졸 등 여성호르몬의 비정상적 상승을 억제하는 호르몬제를 병용해 난자·배아동결 과정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구 교수는 "호르몬 치료는 여성 건강 회복과 유지에 매우 유용하지만, 극소량만으로도 부정 출혈이나 혈전증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호르몬제를 비타민 같은 건강보조제나 기능성 제제 정도로 생각해 함부로 복용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무월경, 자궁내막증, 갱년기 증상 등 여성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면 산부인과 전문의, 가능하면 부인과 내분비를 전공한 의사와 상담해 본인의 상황에 최적화된 호르몬 치료 계획을 세우고 추적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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